집 이야기/단독주택 제주 다섯채 마을

이 집 하나를 짓고 싶었을 뿐인데 마을을 만들었네

무설자 2017. 5. 26. 14:21
728x90

 

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 6

이 집 하나를 짓고 싶었을 뿐인데 마을을 만들었네

 

일층 평면도

 

이층 평면도

 

 

광장을 중심으로 작은 집 다섯 채가 서로 마주보듯 배치하여 마을의 분위기를 만드니 건축주도 그가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동의를 받았다. 제주 애월에 서른 평 규모로 소박하게 집을 지어 부부가 여생을 오순도순 살아보겠다고 시작한 건축주의 집짓기 꿈이 황당하게도 마을을 조성하게 되었다. 사람이 집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집이 사람의 삶을 바꾼다는 처칠의 말에 공감하며 내린 그의 포부라 할 수 있겠다.

 

다섯 채의 집에 대한 설계자인 나의 의지는 다섯 채를 각각 다른 집으로 짓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는 나와는 다른 판단이어서 최종안을 결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세 쌍둥이 집으로 부르게 된 집의 평면을 그가 너무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었다

 

세 쌍둥이 집은 부산 초읍에 이입재라는 당호를 붙인 단독주택에 적용한 평면의 컨셉이다. 경주 양동마을에 있는 관가정을 읽어내어 이 시대의 주택으로 풀어낸 집이 이입재이다. 집의 얼개를 보자면 계단홀을 중심으로 2개층의 침실동과 바닥을 들어올려 누각의 이미지로 거실동을 채나눔으로 풀어내었다.

 

이입재는 공용공간公用空間과 사적공간私的空間이 계단홀과 안마당을 중심으로 채를 나누어 구분되어 있다. 관가정觀稼亭이 안마당을 중심으로 사랑채와 안채로 구분되어 내외주인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점을 컨셉으로 의역하여 풀어내었다. 내가 서른 채에 이르는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공용공간과 사적공간을 구분하는 이 개념이다.

 

건축주는 내가 작업한 그동안의 주택을 살펴보고 두 가지 유형의 컨셉에 주목했다. 그 결과로 세 쌍둥이로 세 채, 형제로 두 채의 평면을 결정하게 되었다. 형제 스타일의 평면도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이 구분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 다음은 규모의 결정이었다. 방의 개수는 일층에 부부의 생활공간으로 안방과 한실, 이층은 게스트 공간으로 방 두 개를 넣었다.

연면적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작업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주방과 다용도실의 크기의 결정은 건축주가 주방가구전시장을 방문하여 실측과 상담을 하면서 확정하였다.

 

집을 쓰는 사람의 수는 공용공간의 면적을 확정하는데 근거가 된다. 자식이 둘이라고 보고 손주들을 포함한 인원이 한꺼번에 모두 모일 수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는 조금 크게 쓰고 가족이 다 모이면 비좁더라도 함께 있을 수 있어야 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방 4, 조금 비좁더라도 식구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로 면적을 잡아보니 다용도실까지 포함하여 45평이 나왔다. 연면적을 확정하고 각 실을 살펴보니 한실의 크기와 복도면적, 계단실 홀이 조금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건축규모의 결정은 건축주의 몫이라서 안은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제주도 작은 마을의 평면은 건축주의 참여로 면적을 확정하고 다섯 채 모두가 개실 및 전체규모를 동일한 조건의 집이 되도록 방침을 정했다. 마을을 조성하는 건축주의 집도 규모와 외장까지 같이 하여 우열이 없도록 하였다. 건축주 살 한 채를 제외한 네 채의 분양은 마을의 조성이 다 끝난 뒤에 하기로 하였다.

 

가천재마을 조감도

 

이어지는 이야기는 건축주가 좋아했던 마을의 대표적인 평면인 세쌍둥이 집을 상세하게 풀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필자가 설계하는 단독주택에서 가장 선호하는 평면 컨셉이기도 해서 담겨진 의미가 많기도 하다. 마지막 이야기도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무 설 자

 

[DAMDI E.MAGAZINE-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