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제주 다섯채 마을

집이 사람의 운명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는 마을, 단독주택에서 사는 삶

무설자 2017. 5. 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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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 7

집이 사람의 운명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는 마을, 단독주택에서 사는 삶

 

마을 배치도

 

 

건축주가 제주에서 지낼 노후를 위해 초미니로 마을까지 만들도록 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본다. 그가 필자를 찾아 왔던 건 그들 부부만을 위한 작은 집 한 채를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축주는 집의 규모를 결정하면서 손님을 배려한 공간을 확보하자는 설계자의 제안을 주목하였다.

 

인생의 종반기에서 손님중의 손님은 손주일 것이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왔을 때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집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손주들이 행복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같은 마을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어 천여 평이 되는 땅을 구입하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제주도로 이주해서 살아보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단체 관광으로 볼꺼리를 찾아다녀보면 제주도는 세계적인 관광지임에 틀림없다. 여행자로서 제주의 숨어있는 곳곳을 다녀도 이만한 곳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은 호감과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주도가 그곳의 주민이 되어서 살기에는 녹녹치 않은 어려움을 겪어내어야 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 육지 사람을 차별하는 원주민과의 배타심과 척박한 제주의 기후 환경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제주도가 새로 시작하는 부부의 노후 생활을 두 팔 벌려 반겨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보니 손님의 방문은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생활 리듬에 변화를 줄 수 있으니 외로움을 삭힐 수 있는 묘약이 될 것이다. 손님이 즐겨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한 집을 만드는 건 제주에 이주해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 손님 중의 귀빈은 아무래도 자식이 될 것이다. 며느리와 사위가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어야 손주들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자식들이 제주에 오면 어린 손주들을 맡기고 관광을 다닐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간을 보냈던 손주들은 제주에 가자고 조를 것이니 절로 집안의 정이 깊어지겠지.

 

이 파라다이스에 있는 다섯 채의 집은 손님이 머무르기에 편하도록 고안되어 지어졌다. 평면의 원형은 경주 양동마을의 관가정이다. 관가정은 양동마을의 한옥 중에서 규모는 작지만 중정을 가진 안채와 접해서 사랑마당을 두고 정자처럼 사랑채가 안강벌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랑채에 손님이 늘 드나들어도 안채의 일상이 지켜지는 평면의 컨셉을 가져다 썼다.

 

집의 현관에 들어서면 계단홀이 나오고 좌우로 사랑채 역할의 거실동과 안채 역할의 침실동이 나누어진다. 거실은 계단참에서 출입을 하게 되어 침실동의 일이층의 중간 위치라서 이층의 게스트존(guest zone)과 연결되어진다. 주인이 쓰는 일층과 손님이 묵는 이층은 층으로 나누어져 있어 각각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고 계단의 참에서 만나게 된다.

 

제주에 온 손님은 잠을 줄여 새벽까지 거실에서 놀아도 주인은 마스터존(master zone)에서 편히 쉴 수 있다. 님은 주인의 눈치를 받지 않고 밤새 떠들 수 있으니 어찌 또 다시 오지 않으랴? 그 손님이 사위와 그 친구들일 수도 있고 아들부부의 친구들이라도 편히 제주의 밤을 보낼 수 있다. 어린 손주들은 온전히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에 안겨있고...

 

다섯 채의 집이 모두 관가정의 컨셉을 가져온 구성을 하고 있다. 특히 세쌍둥이 집들은 채나눔이 확실하게 되어 있어서 건축주의 집과 함께 세 채를 같은 컨셉으로 짓게 되었다. 진입도로를 확보하고 터를 조성하는 토목공사를 거쳐 제주의 특수한 공사여건을 극복하여 마을이 완성되었다. 마감 재료가 설계와 다르게 바뀌었고 다락과 전통구들이 공사여건 상 빠지는 바람에 설계자의 구상이 온전하게 들어가지 못해서 아쉽다.

 

사드여파로 제주도의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서 남은 네 채의 분양이 걱정되지만  이 마을에 살게 되는 분들은 노후에 축복 받는 삶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건축주가 꿈꾸며 지은 파라다이스에 어서 좋은 이웃이 들었으면 좋겠다. 다섯 부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지은 제주의 작은 마을, 낙원에서 꿈꾸는 행복한 삶이 피어나길 빈다. (끝)

 

마을 조감도

 

 

무 설 자

 

[DAMDI E.MAGAZINE-32] 게재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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