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제주 다섯채 마을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올 우리들만의 파라다이스-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2

무설자 2017. 5. 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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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 2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올 우리들만의 파라다이스

 

 

 

아내와 함께 제주에서 조용하게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 아주 작은 규모로 전원주택을 지으면 그만이라던 그였다. 오로지 아내와 자신, 둘만을 위한 소박한 집을 꿈꾸었던 그가 왜 천 평이 넘는 땅을 따로 준비하게 된 것일까? 자식의 방문마저도 부부의 새 삶터를 침범할 수 있다고 얘기했던 그였기에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단층의 서른 평 남짓의 소박한 집에서, 내가 제안했던 2층의 게스트존을 어렵사리 받아들여 2개 층의 45 평 정도로 규모를 키워서 짓겠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그는 자신이 가졌던 집에 대한 기존 관념을 내려놓는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집이란 이런 것이야!“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되지 않았을까? 아무리 금슬이 좋은 부부라 할지라도 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것만으로는 여생의 행복이 보장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지 모른다.

 

누구든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절실해진다. 혹은 찾아올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절실함의 강도는 더해지게 되지 않겠는가? 그 손님이 내 자식과 손주라면 더할 나위가 없으리라.

 

제주도에서 단독주택을 짓는 대부분의 대지환경이 집의 울타리 밖이란 삭막하기까지 하다. 기존 마을 속에 있는 대지가 아니라면 열 채, 스무 채를 지을 수 있도록 땅을 나누어서 6미터 정도의 폭을 가진 길에다 대지를 붙여 놓았을 뿐이다. 대문을 열면 차가 달리는 길 밖에 없어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환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을 찾아온 손주를 그려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새로 구입한 천 평의 대지를 내놓았다.

“작지만 이 땅에다 우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작은 파라다이스로 짓고 싶소이다.”

나는 그와 설계 작업을 진행하면서 최소 다섯 채, 그 이상의 집으로 구성할 수 있는 마을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활의 행동반경이 점점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외출은 거의 없이 집과 마을 주변이 행동반경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집의 얼개와 주변 환경여건은 삶의 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었다.

 

제주도라는 곳은 여행자나 관광객이 보는 관점과 그 곳에서 사는 주민들의 입장을 판이할 수밖에 없다. 방문자에게 제주도는 눈으로 보고 즐기며 피부로 와 닿는 바다와 한라산의 풍경, 관광자원이 전부일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관광지가 제주도이니 '파라다이스가 바로 여기'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여름은 높은 습도, 겨울에는 세찬 바람이 삶의 여유를 위협한다. 제주 사람과 육지 사람을 차별하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은 꿈꾸었던 제주도의 환상을 견디기 어려운 현실로 만들지도 모른다. 제주를 이상향처럼 여기며 천국에서 살 것같이 꿈꾸는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에 이주해서 사는 사람들은 우려하는 점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가 원하는 작은 파라다이스 같은 마을이 천여 평의 땅에 실현될 수 있을까? 아니 그 파라다이스를 내가 창조해내야만 한다.

어쩌면 그의 결정은 내가 했던 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무 설 자

[DAMDI E.MAGAZINE-27] 게재

 

무설자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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