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제주 다섯채 마을

제주 애월에 아내와 여생을 보낼 전원주택을 짓겠소-제주도에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1

무설자 2017. 5. 22. 17:40
728x90

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 1

제주 애월에 아내와 함께 여생을 보낼 전원주택을 짓겠소

 

 

구입한 대지의 주변 전원주택

 

 

제주도에 소박하게 정원주택을 짓겠다며 찾아온 분이 있었다. 집터는 한 연예인이 집을 짓고 살면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는 애월에 오래 전에 사두었다고 했다. 요즘 제주도는 육지 사람들의 이주붐이 일면서 우후죽순이라는 표현처럼 온 섬이 개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살고 싶은 집이 아닌 팔기 위한 상품으로 지어진다는 데 있다. 개발업자들이 택지를 조성해서 이윤을 남기는데 목적을 둔 모양만 예쁜 틀에 박힌 집을 찍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분의 집터도 구획정리를 한 택지에 있는데 인도도 없는 도로에 비슷한 크기로 줄지어 있는 땅 중의 하나였다

 

그는 아내와 단둘이 살면 되는 규모로잡아 단층으로 서른 평 남짓한 소박한 규모의 집을 지으려고 했다. 단독주택을 지으려는 사람이면 대부분 전원주택에 관한 책과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수십 채의 집을 구상해 보게 된다. 그도 그의 아내가 살 수 있으면 그만이라며 모눈종이에 구상했던 평면을 그린 도면을 자랑하듯 펼쳐 놓았다.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제주에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육지에서 친구나 출가한 자식들이 찾아왔을 때 머물 수 있는 방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일언지하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잠 잘 곳은 펜션이나 호텔이 많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소. 아내와 조용히 지내기 위해 제주에 왔으니 복잡한 인간관계를 이어가기 싫어서 그렇소.”

 그의 말은 단호했고 집을 자신의 생각대로 지으려는 의지는 굳건해 보였다.

그럼 손주를 안아보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만...”

 그는 집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과 손주를 안아보는 것이 무슨 관계일까하고 궁금한 눈길을 보였다.

자식들이 찾아와도 묵고 갈 방이 없어 펜션에 머무른다면 제주에 왔다는 인사만 드리고 떠나버릴 것이니 손주를 제대로 안아볼 기회는 많지 않을 겁니다.

 

이 말에 그는 잠깐이지만 생각에 잠긴듯 했고 며칠 후 집의 규모는 이층집에 게스트를 위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아파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 집'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손님의 방문은 사라져 버렸고 그 결과 우리네 삶을 건조하게 되고 말았다. 아파트는 출가한 자식들마저 하룻밤을 지내고 가기에 불편해서 아침밥을 먹자말자 그들의 집으로 돌아가기 바쁜 게 현실이지 않은가?

 

예전에는 집에 드는 손님을 귀하게 여겼으며 가장의 손님이 묵어갈 때는 안방을 내어주는 것이 상례였다. 옛날에는 길을 지나는 과객에게도 방을 내어주고 밥을 대접하는 것이 우리네 풍습이지 않았는가? 그런데 요즘은 남의 집을 방문하는 건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고 자식들마저 불편한 손님이 되어 버린 세상이다.

 

아들며느리, 딸사위와는 자주 보지 않아도 되는데 손주와는 같이 지내고 싶은 게 모든 할머니할아버지의 바람이지 않겠는가? 이러한 일그러진 삶의 풍속은 조손관계祖孫關係마저 끊어져버리게 되었다. 그는 도시를 떠나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제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달은 듯 했다.

 

집의 규모를 일층에서 이층으로 바꾼 설계를 한참 진행하고 있는데 건축주는 작업을 잠깐 보류해달라는 연락을 전해왔다. 그 이유는 유수암리에 1050 평의 땅을 구입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는 그렇게 큰 땅을 구입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일까? (계속)

 

 

무 설 자

 

[DAMDI E.MAGAZINE-26] 게재

 

 

무설자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크고작은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메일:kahn777@hanmail.net

전화:051-626-6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