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다섯채의 집을 가진 마을 집 소개, 다섯 번째 집 소개
무우헌無憂軒
마을잡기의 기본, 집짓기의 원칙
마을 전체적인 집의 배치는 남쪽을 향해 앉았는데 그 이유는 주택에서 햇볕이 잘 드는 건 그 어떤 조건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동녁에서 해가 떠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하루내내 햇볕이 그득하게 담기는 양명陽明한 땅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옛말에 정남향집에 살 수 있다는 건 조상이 삼대에 걸쳐 큰 적선을 해야 가능하다고 했을까?
제주시는 한라산 쪽이 남향이고 바다를 보려면 북쪽을 보아야 한다. 바다를 보기 위해 집의 배치를 북향으로 열리도록 설계를 할 수 있는데 집을 지어서 살아보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제주 생활을 시작할 때는 바다를 보는 것이 행복할지 모르지만 한달만 보고나면 바다가 그 쪽에 있는 것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거실에 햇볕이 들지 않는다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집 전체에 난방을 해야할 것이다. 북향의 조망을 얻고 따뜻한 남녘의 햇살을 포기하는 건 힘든 제주생활을 견뎌야 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셈이다. 지붕처마를 가능한 길게 뽑아낸다면 태양고도가 높은 여름에는 햇살이 들지 않아 시원하고 겨울에는 방 깊숙히 햇살을 얻는 집짓기의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무우헌無憂軒이라는 당호
무우헌無憂軒이라는 당호는 아늑한 안뜰에 햇살이 담기고 달빛이 가득하니 어떤 걱정도 사라진다는 집이라는 의미이다. 어떤 집이길래 이 집이 걱정을 잊고 살 수 있다는 것일까? 이 마을의 셋째 집부터 다섯째 집은 평면의 구성은 유사한 모양을 가지는데 실내와 외부공간과의 관계는 집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지게 된다.
이 집은 마을 초입에 자리잡고 있지만 큰 마당을 안으로 감추고 있어 다른 집과는 외부공간의 느낌이 차별화된다. 다른 집들은 마당이 진입공간과 함께 있지만 화안당은 현관 앞의 진입정원을 따로 두고 있어 아늑한 안마당의 쓰임새가 특별하다. 진입정원을 지나서 현관문을 열면 홀을 거쳐 햇살 가득한 안마당이 반긴다.
세 집은 동일하게 거실동과 침실동을 분리시켜 동간의 적극적인 프라이버시를 지니도록 설계되었지만 외부공간의 차이가 집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게 한다. 침실동의 아랫층에는 부부침실과 한실이 있고 윗층에는 두 개의 방이 있어 가족이나 손님들이 쓸 수 있다. 거실동은 거실과 주방이 한 공간으로 되어 있어 손님들이 와서 밤 늦도록 여흥을 즐기더라도 침실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거실동과 두개층의 침실동으로 매스를 나누어서 동動적 공간과 정靜적인 두 영역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건 집에서 누리는 삶의 재미를 보장하는 의도가 있다. 한옥에서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해서 찾아오는 손님과 안채의 가족들이 서로 불편하지 않게 생활했던 지혜를 이 시대의 집으로 옮긴 것이다. 거실에 손님이 와서 제주의 밤을 새벽까지 연장해서 만끽하는데 주인은 침실에서 고요한 수면에 들 수 있다는 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팁이 아니겠는가?
평면도에서 읽을 수 있겠지만 현관문을 열고 계단홀에 들어서면 숨어있는 안뜰이 나타난다. 좌측은 살짝 네 단의 계단 위에 거실동이 있고 우측으로는 복도를 거쳐 한실방과 안방이 위치한다. 거실공간과 안방, 한실의 독립성도 확보되지만 스킵플로어로 연결되는 커뮤니케이션도 아주 원활한 가족일체성의 의도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일층의 침실영역은 여유있는 수납공간이 보장된 주인침실과 한실을 주목한다. 한실은 한국인만의 습성인 누워서 뒹굴고 따끈하게 등을 지지는 우리 한옥의 생활을 즐기게 될 것이다. 한실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툇마루의 동선도 이 집을 여유롭게 하는 재미 중의 하나가 된다.단독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하는 주인침실을 살펴보자.
아파트의 편리함에 젖은 도시생활의 일상을 단독주택이라고 해도 아쉬워하지 않도록 해야 제주도에서 사는 재미를 증폭시키게 되지 않게겠는가? 안뜰로 창이 열린 가장 조용한 자리에 침실을 놓고 여유있는 수납공간을 가진 드레스룸, 쾌적한 욕실공간이 주어진다면 언제든 달콤한 수면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층은 아이들이 있거나 우리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독립된 침실영역을 보장한다. 바다쪽으로 열린 발코니에서 푸른 제주 바다를 볼 수 있으니 이 또한 가천재 마을에서 무우헌이 가지는 특별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창문을 열면 먼 제주바다를 볼 수 있는 넓직한 베란다에서 와인 한 잔하면서 환상적인 풍경을 즐기는 상상도 현실이 된다.
무우헌에서 사는 또 다른 재미와 행복, 이 집에서 살아보는 그만큼 즐기는 건 이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이의 몫이 될 것이다. 어떤 가족이 무우헌의 주인이 되어 제주에서 행복한 삶을 즐기고 누리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무우헌의 주인이 될 그 분들께 이 집에서 사는 행복을 바친다
글 : 기본설계자 도반건축사사무소 건축사 김 정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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