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되 작가는 만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작가를 만나보면 대개는 작품과 다른 인격에 실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목성균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된 건 2001년 시월 마지막 날 군산에서 있은 '추억만들기' 모임에서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 보면 불과 2년도 채 안 된다. 나는 그 날 목선생님을 뵙고 읽었던 글보다 더 아름다운 선생님께 반해버렸다. 잠시 함께 하면서 그렇듯 선생님을 존경하게 된 이유는 물론 선생님을 뵙기 전에 이미 인터넷에서 선생님의 수필작품을 여러 편 읽었고 그 감동으로 작가이신 선생님을 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만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선생님의 작품에선 어떤 허구조차 느낄 수가 없었고, 이런 글을 쓰는 분이라면 글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그 예감에 조금도 오차가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의 그런 생각은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정말 그렇구나!' 하게 되었고 그 후 출간된 선생님의 작품집 책머리에 쓰신 '...솔직하면 창피하고, 감추면 의미가 없다'는 글귀에서 내 추측이 옳았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작가의 삶을 글로 쓰는 수필에서 선생님은 당신의 인간적인 취약점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드러내셨다. '액자에 대한 유감', '길 위에서' 등을 읽으면서 나는 이제까지 내가 얼마나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며 살고 싶어했는지를 낯뜨겁게 느껴야 했다. 나는 지금까지 작가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그린 걸 본 적이 없다. 글쓰는 이라면 누구나 한 두 번쯤 자신을 미화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런 유혹을 철저하게 뿌리치셨다. 당신 스스로 '감추면 의미가 없다'는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르셨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선생님은 삶을 참 자신 있게 사신 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삶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결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 선생님은 인생의 선배고 스승이시다. 늘 겸손하고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으시지만 말씀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논리가 정연하시다. 그런가하면 화를 낼 땐 불 같이 노하기도 하시며 강직한 선비의 기품을 유감없이 드러내신다. 나는 그런 선생님이 좋았다. 소위 사람 좋다는 사람 그리고 물에 물 탄 것 같은 인자함은 싫다. 난 선생님을 통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배우고 있다.
또한 선생님은 내게 있어 아주 가까운 친구이셨다. 선생님과는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누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보고 느끼는 점이 같다. 함께 학교를 나왔거나 사회에서 오래 사귄 어느 친구라 해도 선생님처럼 내 감성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선생님과 나는 아홉 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초월해서 감히 친구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다.
나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이유로 몇 달 동안 이 작업을 했다. 선생님은 수필문학을 하시고 난 사진을 하지만 문학과 사진의 영역을 떠나 진심으로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고 그런 선생님의 삶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는 글들을 모아 늘 가까이 하고 싶었던 게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인터넷 여러 사이트에 흩어져있는 보석 같은 선생님의 소중한 글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된 것이 나머지 이유다.
선생님의 수필작품집 '명태에 관한 추억'에 실려있는 작품 51편과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작품 51편, 그리고 아직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 16편 등 모두 118편을 여기에 담았다. 또 선생님의 홈페이지 영화/음악방에 있는 영화와 노래에 얽힌 이야기, '추억만들기' 친구들과 함께 한 네 번의 '추억만들기'도 모두 담았다.
선생님의 작품을 모으고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선생님이 떠나시기 한 달 반쯤 전부터 시작되었고, 처음에 모은 100여 편의 작품을 '한글'로 편집하는 작업은 선생님 떠나시기 열흘 전인 지난 5월 16일에 이미 끝났었다. 작업을 마치고 보니 300여 쪽이 넘는 하나의 파일을 종이로 만든 책이 아닌 컴퓨터화면에서 찾아 읽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작품별로 다시 따로따로 html화 작업을 하게 되었고 그 작업을 하다가 욕심이 또 더 생겨 추가로 더 많은 내용을 담게 되었는데 결국 처음 일을 시작한 지 4개월만에 모든 작업을 마치게 되었다.
선생님 작품과 살다가신 흔적의 일부나마 이렇게 보존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기쁜 마음이다. 이제 선생님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선생님의 인품을 좀 더 따라 배우기 위해 선생님의 작은 흔적이라도 유심히 살피고 가까이 하려고 한다.
지난 5월 14일 일산으로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의 작품을 모으고 있고 그 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바쁜데 뭘 그런 일을 하느냐시며 쑥스러워 하셨다. 선생님 작품이 모두 담겨있는 이 CD를 생전에 드리지 못한 게 몹시 아쉽다.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처럼 살다 가신 목성균 선생님 -
선생님 영전에 그리운 마음 담아 이 CD를 바친다.
2004년 7월 김 봉 선
수필가 목성균(睦誠均)
- 1938년 충북 괴산 연풍, 소백산맥 자락에서 태어남
- 연풍국민학교와 연풍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주상업에 입학
- 1959년 청주상업 졸업. 그 해 학도주보 주최 전국학생문예공모에서 고등부 산문에 1등으로 입상
-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으나 가정형편상 다음 학기에 등록을 하지 못함
- 1964년 군대생활 중 결혼함
- 1968년 산림직 국가공무원이 되어 25년 간 생애의 좋은 시절을 모두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숱한
산중에서 조림사업을 하며 보냄
- 1993년 퇴직 후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반에 입학하여 문학공부를 다시 시작함. 이때 중
앙 시조 월말 장원, <월간 에세이> 초 회 추천, 관광공사의 관광수필 공모에 응모하여 최우수상을
수상
- 1995년 월간 <수필문학>에 의해 '속리산기'로 추천 완료 및 등단
- 2003년 수필집 '명태에 관한 추억' 출판(하서출판사)
- 2003년 4월 '명태에 관한 추억'이 문예진흥원에 의해 2003년도 우수문학작품집에 선정됨
- 2004년 3월 한국수필문학진흥회와 에세이문학사에서 주최한 제22회 현대수필문학상 수상
- 2004년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수필문학진흥회 및 한국수필문학작가회 이사
- 2004년 5월 타계
- 2004년 11월 유고집 '생명' 출판(수필과 비평사)
- 2010년 4월 선집 '행복한 고구마' 출판(선우미디어)
- 2010년 6월 선집 '돼지불알' 출판(좋은수필사)
목차
* 제목을 클릭하시면 본문이 나옵니다.
* 녹색 제목은 "명태에 관한 추억"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 검은색 제목은 유작집인 "생명"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 글의 문단을 나눈 것은 눈의 피로도를 참작해서 옮긴 이가 임의로 그렇게 한 것입니다.
* 같은 내용의 글이 작품집과 인터넷에 올린 것 중 서로 제목이 상이할 때는 작품집에 있
는 제목으로 했습니다. 예 '액자'->'액자에 대한 유감'
1부. 약속
그리운 시절 부엌궁둥이에 등을 기대고 사기등잔 살포 옹기와 사기 세한도(歲寒圖)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새벽의 거리 선배의 모습 앞자리 약속 소나기 국화
할머니의 세월 선풍기
2부. 불영사에서
알밤 빠지는 소리 우정의 무대 희권이의 실내화 장마전선을 넘어 새벽 등산 목도리
다랑논 장모님과 喫煙을 돼지불알 아버지의 江 파리 목숨 길 위에서 佛影寺에서
조선낫과 왜낫 거진항의 아침
3부. 액자에 대한 유감
강진의 밤 簡易驛 前場浦 휴게소에서 본개나루에서 억수리에서 어떤 職務遺棄
억새의 이미지 어떤 旅情 액자에 대한 유감 조팝나무 꽃 필 무렵 故鄕雪 누비 처네
생쥐 의사선생님께
4부. 명태에 관한 추억
그리운 새우젓 맛 얼음새 꽃 기둥시계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성 고향집을 허물면서
손수건 둥구나무 얼굴 명태에 관한 추억 속리산기(俗離山記) 混淆林 뻐꾸기 소리
뻐꾸기 울 때 칸나의 계절 논란의 여지(論難의 餘地)
5부. 돈독에 대하여
Spring has come 아파트의 불빛 고개 敦篤에 대하여 현암리에서 행복한 고구마
아랫마을 방앗간 모퉁이(1.2) 아랫마을 방앗간 모퉁이(3.4) 아랫마을 방앗간 모퉁이(5.6)
아랫마을 방앗간 모퉁이(7.8) 봄빛을 따라서 고모부 여덟 살의 배신 꽃 냄새 수탉
6부. 아버지의 도장
찔레꽃 필 무렵 梨花嶺1 梨花嶺2 梨花嶺3 할머니 산소 山邑 素描 무심천의 피라미
노을 빛 추억 큰밭 아버지의 도장 눈물에 젖은 연하장 바래너미의 고욤나무
커피에 관한 추억 少年兵 洞口
7부. 봄비와 햇살 속으로
새벽의 행복 된서리 내리는 밤이면 첫눈에 관한 기억들(序) 봄비와 햇살 속으로 1
봄비와 햇살 속으로 2 봄비와 햇살 속으로 3 봄비와 햇살 속으로 4 H형께-.
故鄕雪 불면의 밤이여-! 가을바람 부는 대로 가을 운동회 괘종시계 깃발 깃발 2
8부. 생명
꽃이 핀 자리 나의 수필 당목수건 막내의 아르바이트 미움의 세월 백로 수루 앞에서
조령산 존재와 이름 진달래꽃 한들 산모퉁이 길 쉴동말동 하여라 생명
* 목성균 선생님...(슬라이드쇼)
* 사랑과 우정
* 목성균 선생님의 홈 영화/음악방에서
* 추억만들기-목성균 선생님과 함께 한 소중한 추억들
* 목성균 선생님을 추모하며
* "목성균의 수필세계"-최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