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를 안다는 건 無知의 知, 마셔보며 아는 그 만큼 즐기는 차

무설자 2015. 4.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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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504

보이차를 안다는 건 無知의 知, 마셔보며 아는 그 만큼 즐기는 차

 

 

무지의 지(無知의 知)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특징짓는 유명한 말,

소위 철학자나 현자들이 알았다고 하는 지(知)는 유일한 절대 지(絶對知)의 존재인 신(神)에 비하면 그 지의 수준이 무(無)에 가깝다는 것이다.

스스로 무지함을 알아차려야 함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차맛을 글이나 말을 통해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만약에 표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이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요? 차맛을 음미한다는 것이야말로 내가 만족하는 것이기에 주관적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가 숙차를 즐겨마신다고 알려져서 가끔 좋은 숙차를 추천해 달라는 쪽지를 받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즐기는 차로 추천을 해드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차는 마셔봐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 여깁니다. 물론 보이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브랜드가 있는 대중적인 숙차로 권해 드리지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차가 있다면 그 차를차라 할 수 있겠지요. 차의 향미를 즐기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명차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도 내 입맛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고수차 중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빙도차이고 제다한 이도 최고의전문가라고 합시다. 그 유명하고 값비싼 차라 할지라도  마셔보니 별맛이 없다고 하더라도 자책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만 나에게 맞지 않는 차일 뿐일 것입니다.

 

물론 차를 마신지 오래지 않아 아직 차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쓴맛을 좋아하는 입맛이라면 단맛이 많은 차가 다가오지 않습니다. 단맛이 많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쓴맛이 많은 차는 질색이겠지요.


차는 기호음료이므로 개인적인 선호도에 의해서 즐겨 마실 차를 선택해야 하지요. 생차는 대익 7542, 숙차는 7572라는 식의 특정차를 꼭 마셔야한다는 원칙은 없습니다. 노동지가 대익패보다 맛이 떨어진다거나 노차라야 제대로 보이차를 마신다는 건 편견이지요. 

 

오늘 포장지도 없는 소위 2001년 산이라고 메모되어 있는 무지생차를 마셨습니다. 선물로 받았었던 차여서 선물한 분의 이름과 생산연도만 적혀 있습니다. 이 차, 걸죽하고 부드러운 베이스에 단맛이 참 좋아 빙도차가 부럽지 않습니다.




차는 이름이나 연식보다 지금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우선입니다. 보이차는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 기본적인 공부가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고수라 칭하는 이들이 간혹 설파하는 어떤 이론보다도 가까이 두고 즐겨 마시는 차가 있으면 그만입니다


보이차를 마셔가면서 알게되는 게 참 많습니다. 중국, 운남 등의 생소했던 세상이 가깝게 다가오고 차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지요. 보이차는 아무리 안다고 해도  그 앎이라는 것이 '무지의 지'일 것이니 너무 따지지 말고 그냥 즐겨야만 마실 때마다 행복할 수 있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