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다인이 마시는 차. 전문가가 평가하는 차

무설자 2015. 3. 3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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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503

다인이 마시는 차, 전문가가 평가하는 차




이 얘기가 이 제목에 맞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소가 물을 마시면 젖을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요.

다인은 차를 마시면서 삶을 이야기하고 전문가는 차를 마시며 진위를 가르고 묵은 햇수를 따집니다.


차를 마시는 자세가 중국차를 알게 되면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우리차는 사실 우전이면 그에 맞는 향을 찾고 세작이면 향과 맛을 따지고 중작에는 차로서 우러나는 여유 있는 맛을 찾으면 그 나머지는 다담입니다.


삶을 이야기하고 그릇을 즐기면서 찻잔에 담긴 맛과 향을 나누면 되었지요.

그런데 중국차는 그것 이외에 할 이야기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보이차는 차를 마신 햇수만큼 거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아마 운남 차산을 뒷산 앞산처럼 알지 못하면 보이차를 안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를 한잔만 마시면 어디 차인지 몇 년을 묵힌 차인지 어느 곳에서 어떤 환경에서 보관된 건지를 아는 분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아주 대단한 전문가인 것 같습니다.


그 전문가분과 차를 마신다면 그 분의 차에 대한 지식 앞에 주눅이 들어서 제 맛을 음미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차에 대한 기본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는데도 열심히 제법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몇년을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공부를 했으니 아마 석사과정은 충분히 밟는 공부 양은 되겠습니다.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전문가 앞에서는 그 아는 것을 내어 놓을 게 없습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토론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그 지식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내용으로 공방이 벌어집니다.

질문에 답하는 내용도 보니 의학적 지식에다 화학기호까지 나열되는가 하면 차를 만드는 공정까지 이야기되면 그만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만약 다인으로 차를 마시는 자리라면 저도 할 말이 조금 있습니다.

맛을 음미하고 향을 느끼며 그 향미의 깊이를 받아들입니다.

그 맛, 향이 서로 달라도 많은 사람이 좋다고 평하면 그게 좋은 차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다인은 그 맛과 향을 집중해서 잘 받아들여야 하지요.


차도, 탕색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우선 눈으로 잘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사람이 마시는 찻자리에서는 입보다 귀를 우선으로 잘 들어야 하지요.

냄새와 맛을 꼭 코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기에  머리 속에 복잡한 생각일랑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다인은 차 자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데 집중합니다.


비싼 차, 무조건 좋다는 차, 때깔이 좋은 차, 오래되었다는 차를 우선으로 평가하고 차가격을 앞세우면 이들은 다인이 아니겠지요?

차전문가로 위장하여 자신의 차를 파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봅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슬로건처럼 차는 차전문점에서 구입해야지요.


중국차를 마시다보니 전문 지식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차를 잘 아는 다인이 가까이 있는 것도 복입니다.

그렇지만 전문가가 좋다고 평가하는 차와 다인이 즐겨 마시는 차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인으로 마시는 차는 소장하고 있는 차가 자신의 구미에 맞아서 맛있게 마시면 되기 때문입니다.


남이 뭐라고 해도 나 혼자 만족하며 일상의 차로 즐겨 마시는 사람, 그가 다인입니다.

그런 차로 시시때때 찻물을 끓이면 소확행을 누리게 되지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