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보이 숙차 이야기

2012년 이기곡장 공작호 숙산차-품위를 더한 포장에 숙차의 전형을 맛보다

무설자 2013. 6. 2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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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숙차 이야기

품위를 더한 포장에 담백한 숙차의 전형을 맛보다

-2012년 이기곡장 공작호 숙산차 -

 



"숙차는 무슨 맛으로 마십니까?"
제게 이렇게 묻는다면 밥맛같은 맛으로 마신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사실 생차와 달리 숙차는 특별하게 맛을 따지고 논할 꺼리가 별로 없는 게 사실입니다.

숙차는 생차보다 마시기도 우리기도 편한데다 마실만한 차가 가격마저 착하니 나누기도 쉬워서 밥 먹듯이 마시고 밥 퍼주듯이 나눌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표일배와 숙차를 사무실에 준비해두고 차전도를 해왔습니다.
차를 모르는 분이 숙차를 잘 마시면 2종 세트를 선물하곤 해 왔는데 그 덕분인지 지금은 제 주변은 차를 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밥맛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사실 뭐라고 할만한 뚜렷한 맛이 없기 때문에 평생을 먹어도 물리지 않듯이 숙차도 그렇게 마실 수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숙차는 비싼 차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쌀값이 비싸면 난리가 난다는 논리로 저는 숙차를 대합니다.

그래서 저의 차 마시는 분위기는 숙차스럽습니다.
따지지도 말고 숙차 즐기듯이 차를 마시라면서 '다반사'의 생활차를 권합니다.
이번에 구매한 이기곡장 숙산차가 이런 제 숙차스런 차 마시기에 재미를 더해 줍니다.

 

 


모 차판매 전문카페에서 이기곡장 한국 총판 런칭 이벤트로 판매하는 기회에 숙산차만 2종류를 구매했습니다.

고급으로 공작호, 그 아랫급으로 후작호라는 이름의 숙산차입니다.
이기곡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차창이지만 예전에 선물 받았던 차를 마셔보면서 호감을 가졌었기에 주저없이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런칭된 다양한 보이차 상품을 설명한 사진을 보니 그동안 천편일률적인 포장과 달리 깔끔하고 품위있는 포장의 차를 보니 다 구입하고 싶어지더군요.
사실 보이차를 선물하려고 하면 포장이 어려웠는데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외관에 신경을 쓴만큼 내실도 괜찮을 거라는 기대마저 걸어봅니다.

 

 

차를 우리는 과정을보기 위해 개완을 씁니다.
일상에서도 특별히 좋은 차가 아니면 거의 개완을 쓰지요.
편해야 자주 차를 마시게 되는데 너무 번거러운 절차는 뭐든지 습관이 되지 않으니 편하게 더 편하게 차를 우리고 주변에도 권해야겠습니다.

 

 

 

탕색보기,
걸름망 없이 바로 차를 내렸는데도 참 맑은데다 수색도 제가 바라는 그대로입니다.
밝은 붉은색이 너무 곱습니다.
이 탕색이면 엽저는 보들보들 갈색일테죠.

맛을 봅니다.
작년 12월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숙향이 거의 없네요.
그러니 맛이 좀 단순한지만 살짝 젖내가 나면서 호감이 갑니다.
그래도 적당한 숙향미가 있어야 숙차스러운 맛을 낼텐데 점성은 떨어지고 달콤한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개량한 제다법을 썼을까요?
확인한 바는 없지만 균종을 써서 악퇴기간을 줄여서 만든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쨋든 제게 각인된 숙차의 맛과는 다른 방향으로 간 것 같네요.


엽저보기,
탕색에서 예상했던대로 엽저는 참합니다.
그런데 너무 작은 잎이 거의 궁정급이라 그러다보니 점도가 떨어지나 봅니다.

4탕 정도에서 향미가 꺾여 버립니다.
깔끔하기는 하지만 숙차의 풍미는 떨어지고 기존의 맘에 드는 숙차에서 10가지가 느껴졌다면 이 차는 7~8가지정도일 것 같습니다.
세월이 만들어낼 2~3가지를 기대해 볼까요?

 

무설자의 숙차 선택 3원칙,

1. 탕색은 선홍색이어야 하며 탕의 농도가 점성이 느껴질 정도로 무거워야 한다.

2. 마시고 난 빈잔이나 개완의 뚜껑에서 달콤한 카라멜 향이 느껴져야 한다.

3. 엽저는 보들보들하고 밝은 갈색이어야 한다.

여기서 1번은 2점, 2번은 1점, 3번은 3점으로 9점 만점에 6점으로 기본은 되는 차라고 평해 봅니다


숙미숙향을 싫어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이런 향미의 차를 좋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데 저는 숙향에 익숙해지고 묵직한 점도와 숙차 특유의 달콤한 향미를 즐기겠습니다.
이기곡장 병차는 아직 맛보지 못했는데 그 차도 산차와 같을까요? ^^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