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숙차 시음기
샘플 나눔차로 받은 참 맛있는 숙차 한 잔
보내주신 차를 늦게 받았는데다 마셔볼 시간이 또 늦어져서 시음기도 이제사 올립니다.
먼저 받으신 다우님의 사진으로 본 느낌은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차를 마셔보니 보기 드문 숙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네요.
오늘은 제 찻자리 세군데- 집과 카페 차실 외에 제 사무실을 먼저 소개합니다
카페 차실이 생기기 전에는 활용도가 젤 높았는데 요즘은 아주 가끔 쓰는 자리랍니다
사무실에 손님이 오면 맞이하는 제 방의 회의탁자입니다
저는 뭘 하는 사람이냐 하면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사랍니다
간이 제도판이 보이시지요?
이렇게 탁자 한켠을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사람이 앉았다하면 기본이 두어 시간입니다
제 사무실 안에 보이차가 100kg가 숨어있는데 어디에 있을까요?
보이차를 좌대 삼아 앉아 계신 부처님,
매일 차를 올려야 하는데 카페 차실에서 차를 마시니 게을러집니다 ㅎㅎㅎ
그래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를 그려서 액자에 넣어서 부처님 배경으로 삼습니다
한승원 작가의 '녹차한잔'입니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때 마시고
오늘 죽을 수도 있음을 깨닫고
절망적일 때 마시고
세상은 제법 살만한 세상임을 생각하고
영원히 살 수도 있음을 깨닫고
맞은 편에는 보이찻장이 있는데 저 안에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와 다구가 다 들어가지요
그 옆에는 냉장고, 그 위에 제 주택 작품 모형이 보입니다
대학 출강 때 제자가 찍어준 사진도 보이지요
이 주택 모형은 심혈(?)을 기우려 작업을 했는데 설계만으로 끝나고 지어지지는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의 컨셉으로 100 평이 넘는 주택을 의뢰 받아서 부산다운건축상 '은상'을 수상했지요
제 자랑입니다 ㅎㅎㅎ ^^
이제 귀한 차를 마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온 양은 7g 인데 나누는 마음은 양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차닉골의 나눔차는 다른 보이차 카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 작업실의 차판 디테일입니다
저와는 불자로서 도반이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다우가 선물했답니다
폐선의 목재를 이용해서 만들어서 바닷물에 제대로 염장(?)된 것이라 영원하겠죠? ㅎㅎㅎ
제가 즐겨 쓰는 횡파형 자사호도 그 다우가 나눠 주었습니다
나무로 손잡이를 붙여서 쓰기에 아주 편합니다
호의 곡선과 어우러진 선이 예쁘죠?
오늘 차 시음은 이 개완으로 하겠습니다
수공으로 그려진 연밥이 개완 뚜껑에 앉았습니다
100cc 크기라서 둘이 마실 때 딱 맞는 용량입니다
개완이 작아서 그런지 반을 덜어서 넣어도 넉넉해 보입니다
이 정도 양이라도 작은 그릇에는 차가 넘치게 우려져 나올 것입니다
소욕지족을 실천하는...ㅎㅎㅎ
세차를 하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부으니 바로 찻물이 우려져 나옵니다
줄기도 제법 들어있어서 단맛이 좋겠는데요
기대를 하면서....
1탕, 2탕, 3탕...하지 않고 세번을 연거퍼 우려서 숙우를 채웁니다
탕색이 짙게 나오니 맛있어 보입니다
농밀한...그리고 넉넉한...
제가 숙차를 마시는 원칙,
1. 탕색이 밝게 붉은색이 돌아야 한다
2. 농밀하게 바디감이 좋아야 하며 단맛이 많고 빈잔을 문향을 했을 때 카라멜향이 나야 한다
3. 엽저가 탄화되거나 목질화가 되지 않고 밝은갈색에 부드러워야 한다
어두운 색이 돌고 엽저가 어두운 색이 돌아서 이 기준에는 다소 맞지 않지만 맛은 아주 좋습니다
농밀하고 단맛이 좋은데다 목넘김에 부담이 없고 회감이 돌아나오니 매력적입니다
엽저의 색이 어두운 것은 잡미가 없는 것을 보아 제다시에 과발효가 된 것 같네요
굿~~~~~~~~~~
저는 언젠가 부터 엽저를 보면서 숙차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이 차의 엽저를 보면 전체적으로 줄기와 잎까지 균일한 색을 띠는 것으로 보아 보관은 잘 되어 보입니다
목넘김에 부담이 되는 차는 엽저가 목질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음직스럽게 나온 숙차 한 잔,
이런 차라면 누구라도 맛있게 마실 것입니다
이름표가 어떻게 붙어 있더라도 답은 맛있으면 되지요 ㅎㅎㅎ
차나눔으로 마시게 된 맛있는 숙차,
남아있는 3g의 차는 차맛을 아는 다우와 함께 마실까 합니다
귀한 차는 늘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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