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에세이 고찰순례

산청 대성산 정취암-무르익은 가을 세상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듯

무설자 2012. 11. 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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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고찰순례

산청 대성산 정취암

무르익은 가을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듯

 

 

TJB 다큐멘터리 '화첩기행'에 소개되었다는 산청 9경 중의 8경인 경남 산청군 신등면 대성산 정취암,

익어가는 가을의 세상 풍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높은 곳에 있는절이다


대성산 중턱 기암괴석에 앉아 있는 듯한 정취암은 신라시대 의상조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하며

 조선조 효종 시대에 화재로 전소한 후 치헌선사가 다시 중수한 사찰로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관광버스가 절 입구까지 바로 닿으니 높은 곳에 있는 절인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절에 도착한 느낌은 여느 절과 특별히 다르지 않지만 분명히 산청 9경 중의 8경이라고 한다

길이 멀면 다가가기에 불편하지만 그만큼 기대심리도 커질텐데..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얼마나 높은 곳에 세워진 절인지 실감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그냥 이곳이라고 칭한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보면 얼마나 높은 자리에 앉은 절인지 실감이 간다

이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사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인간사를 부질없는 것이라 여길 깨달음의 자리일까? 세상을 피해 숨어든 도피처일까?

 

 

아마도 세상과 절연한 이가 깨달음을 이룰 수행처는 아닌듯 하다

이렇듯 눈 앞에 내려다보이는 세상이 하찮아보인다면 더 무엇을 찾아 수행을 할 것인가?

이런 풍광을 즐길 휴양처라 이른다면 의상조사는 어떤 의도로 이 절을 창건했을까? 

 

 

길이 없었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첩첩으로 포개진 저 산들을 넘어 여기에 당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네비게이션에 산청군 정취암만 치면 절 앞에 까지 차가 데려다준다

이제는 휴양처도 수행처도 아닌 관광사찰이니 정취관음보살님은 뭐라고 하실지 

 

 

이런 보기 드문 개도 관광사찰의 상품 테마일까?

관광객이 밀어 닥치는 절에 온전한 기도나 깨달음을 향한 용맹정진이 이루어질 것도 아니고

풍광이 빼어난 자리에 앉은 덕에 관광수입이 괜찮은 절?

 

 

절 뒤로 오르는 길을 따라 잠깐 다리품을 팔면 고사목이 지키는 최고의 자리가 있다

잠깐 머무르는 객은 잠깐 원통보전에 예를 올리고는 이렇게 풍광을 즐기는데 눈을 팔게 된다

이렇게 먼 산이 그림이 되는 자리에 있으면 눈이 닿는 곳을 바라보다가 머리 속이 하얗게 비워질 것 같다 

 

 

 

저 길은 언제 열렸을까?

저렇게 차가 다니는 길이 없어 절 가까이 닿기 어렵다면 이 절은 기도처로, 수행처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관광 사찰 이외의 기능이 더 있을까?

 

 

 

이끼는 세월만큼

가을 꽃도 계절이 되면

그만큼 그렇게 이 자리에 늘 있을 것이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