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에세이 고찰순례

서울을 대표하는 절, 가을에 젖어있는 봉은사를 가다

무설자 2011. 10. 3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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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에세이 고찰순례

서울을 대표하는 절

가을에 젖어있는 봉은사를 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는 당연히 서울일 것이다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거머쥐고 있는 도시, 수도권이라는 영역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문화, 경제, 정치...종교까지 그 '다'에 들어있으니 불교는 어떤 위치일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절은 어디에 있을까?

불 법 승이라 칭하는 삼보 사찰일까?

아시다시피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라면 누구라도 대표 사찰로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불교의 정치적인 면으로 보자면 의미는 달라진다

역시 서울에 있는 절이라야 할 것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자면 조계사가 되어야 함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 서울의 노른 자위인 강남을 대표하는 절인 봉은사의 위치는 어떨까?

 이미 봉은사는 그 민감한 위치의 검증을 끝내버렸다

경제적인 위치에서의 노른자위였던지라 조계종 직영사찰로 흡수가 되어 버린 상태이다

 

 

강남의 노른자위인 코엑스를 마주하고 있는 자리에 봉은사가 있다

빌딩 숲 속에 당당한 정문의 크기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데...

화강석을 바닥에 깔고 기둥도 돌로 무게(?)를 잡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일단 차안을 벗어나 피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미의 문일 터이다

문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문의 역할을 하는 누각이 있는데 이 중간의 영역을 과정적 공간이라고 부른다

길의 오른쪽에는 부도, 왼쪽에는 담장으로 영역을 한정하고 개울도 만들어서 산사의 풍치를 더했다

 

 

하늘을 쳐다보면

눈을 들어 지붕 위로 시선을 돌리니 초고층 빌딩이 내려다보고 있다

그 빌딩이 사방으로 둘러서 있는데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치 산사에 들어선듯한 연출,

그래서 봉은사는 도심 속의 산사로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아진 것일까?

도심 속의 산사...그래서 봉은사를 찾는 불자들은 차안에서 피안으로 잠시나마 피안처로 찾는 것인지...

 

 

 

 

이 사진만 본다면 완벽한 산사의 분위기 그대로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이런 고요함의 대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도심의 오아시스?

풍경소리도 들리고 은은한 독경소리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고개를 들어보면 초고층빌딩이 봉은사를 내려다보고 있다

뭔지 모를 위태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국 불교의 한계가 이 한 컷의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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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의 사방은 그야말로 초현대식 빌딩으로 병풍처럼 막혀 있다

그럼에도 산사의 분위기,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기와집만 고집하는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보전한다

강남 최대의 절이라는...'절'이라는 이름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절'이라는 이름

그 이름을 벗어나지 못해 겉모습도 벗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래서 불교는 현대적이지 못한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종교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문 밖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있는데 불교는 한발자국 나아가는데 너무 힘겨워 보인다

10층이 20층이 되고 곧 100층이 되었다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불교는, 절은 조선시대를 마감하지 못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봉은사에서 보이는 초고층 빌딩,

저 초고층 빌딩에서 봉은사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깊은 산 속이나 서울 한복판이나 다를 바 없는 절집의 현실을 봉은사에서 느끼며

불교가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기와로 덮은 도시의 절은 모두 헐어내면 그 속에 답이 있을 것 같은데...

도시에 사는 스님들은 승복을 벗고 양복으로 패션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바꿔야 하는데, 바뀌어야 하는데....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