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 자장암,
통도사의 산내 암자 중에서 그 유명세가 가장 높은 곳일 게다.
그 유명세를 만든 주인공은 금와보살일 텐데 실제로 본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금와 보살은 金蛙라는 한자어처럼 개구리이다.
이 개구리는 자장암의 관음전 뒷편 바위에 뚫린 구멍 안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 바위 구멍은 개구리가 드나들 수 있는 여건은 아닌데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 수 없다.
금와 보살은 본 이가 적을 뿐이지 본 사람도 많으니 분명 바위 구멍 안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내와 함께 일년에 몇 번은 자장암을 다녀가는데 우리도 자주 보는 편이니 개구리가 실재함은 사실이다.
절을 찾아 오는 이보다 금와 보살은 보러 오는 이가 많으니 유명세는 어디에서든 꼭 필요한가 보다.
통도사 큰 절에서 극락암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오다보면 세심교라는 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돌아오면 자장암이 있다.
자장암으로 들어오기 전에 큰 주차장을 만들었는데 통도사 산내 암자 중에서는 가장 큰 주차장일 것 같다.
주차장의 크기만 보아도 금와 보살의 유명세는 큰 절 다음일지 모를 일이다.
금와 보살 이야기를 듣고 자장암을 찾았지만 보지 못하고 돌아서더라도 헛걸음은 아닌 것이다.
영축산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절은 자장암만 한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멋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영축산을 마주 보고 차 한 잔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자장암은 진입부분에 있는 요사채 영역과 금와 보살이 있는 바위를 뒤에 둔 관음전 영역으로 나뉜다.
관음전에 들어서면 마루바닥에 바위가 돌출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연을 가능한 적게 훼손하고 집을 지으려고 했던 조상들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으니
자연과 하나되는 절집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관음전 뒷편 바위 위에 탑이 보인다.
예배의 대상이 아닌 자리에 앉아 있는 탑은 풍수적으로 비보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저 탑도 자장암의 모자라는 기운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자장암 소장 사진에서
관음전 뒷바위 구멍에 산다는 금와 보살이 고개를 내밀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어른 엄지 손가락만한 바위 구멍에 살고있는 개구리,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이 환경에서 사는지 알 수 없는 신비함으로 보살 칭호를 얻고 예배를 받는 존재이다.
관음전 오른편에는 삼존불이 조성되어 있다.
좌우로 대세지 보살과 관세음 보살을 협시보살로 하여 아미타불을 마애불로 새겼다.
바위 그대로에 새겼는데 금와 보살에 정신이 팔려 그냥 지나치기 쉽다.
자장암에서 보이는 영축산의 풍경이 넉넉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수행처라는 느낌보다 휴양처로 좋겠다는 생각이 드니 자장암을 창건했다는 자장율사는 이 곳을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까?
대체 수행처는 어떤 여건을 갖춘 곳이라야 할런지....
좁지만 열린 풍광을 정원으로 삼을 수 있으니 넉넉해지는 공간이다.
비워져 있는 마당에 담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정갈한 절 마당에 관광객으로 찾아오는 이들의 발자국 이외에 어떤 자국이 새겨질 것인지...
절 가까이에 큰 주차장을 조성하여 찾아오는 이들의 편의를 도모했지만 보고가는 것 말고는 줄 것이 없어보인다
찾아오는 이들이 관광객이든 불자든 차 한 잔 마실 공간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절집과 다르지 않다.
차 한 잔 마실 공간을 만들어 두고 스님들이나 자원봉사 불자들이 불법을 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장암도 금와 보살의 유명세로 불전함을 채우는 의미 이외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오는 이 막지 않고 가는 이 잡지 않는다'는 배부른 생각이 불자들을 슬프게 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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