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차 고프지 않으십니까?

무설자 2012. 8. 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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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배가 고파
매섭게 찬바람 때문에
배고픔이 더 강렬하던 겨울,

초등학생이던 저는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덕 너머로 보이기 시작한 아버지..

"아빠!" 라고
크게 소리치면서
달려갔더니
멋쩍어하면서도
아버지 얼굴은 환해지더군요.

저희 부자는
그대로 밥을 먹으러 골목으로 들어갔죠.

지금 시간은 열려 있는 식당도 거의 없습니다.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조그만 식당 하나만
불이 켜져 있습니다.
어렵게 식사를 부탁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제 몫만 시키더군요.

"마저 먹어라.
난 저녁 먹고 왔다."

전 그 말씀을 철석같이 믿고
육개장을 다 먹어치웠지요.
아버지는
그런 절 쳐다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구요.
제가 밥먹기를 멈추니까
그때서야 제가 남긴 음식을 드셨습니다.

"음식 남기기가
아까워서 그러는 거야."

멋쩍게 말씀하시던 아버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자식의 배가 불러야 비로소 배고픈 사람이
아버지라는 것을..

- 안상호 (새벽편지 가족) -

 



하루의 피로까지
잊게 해주는 사람.....
당신은 부모님께 그런 존재입니다.

-
사랑받고 있음에 감사하자!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차 고프지 않으십니까?

 

 

 

티벳 사람들은 끼니보다 차를 더 중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끼니를 걸르고 차를 마시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차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얘기겠지요. 당나라와의 국혼으로 당의 공주가 예단으로 가지고 가면서 차를 알게 되었다고 하지요.

 

그들이 차를 알기 전에는 그들의 주식으로 인한 질병이 많았다고 합니다. 유목민이다보니 주식은 육류와 야크젖등이어서 야채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죠. 그런 질병들로 인한 고통이 차를 마시면서 해소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마시는 차는 흑차나 보이차등의 긴압차였는데 아주 거칠게 만든 것이었지요. 다구를 써서 우려 마시는 것이 아니라 찻잎을 넣고 끓여서 야크젖을 섞어서 만든 수유차랍니다. 식사 후의 후식이나 우아하게 즐기는 차가 아니라 음식의 일종이라고 봐야겠습니다.

 

그럼 우리에게 차는 어떤 의미일까요? 커피를 비롯한 마실 음료들이 너무 많아서 궂이 차가 아니더라도 마실거리는 충분하지요. 그런데도 차를 마셔야 할 이유는 고독하고 팍팍한 삶을 여유롭게 하는 정서를 위해서지요.

 

차는 대화가 없는 집, 소통이 안 되는 사람과의 관계, 무언지 모를 고독함에서 벗어나는 묘약입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주하면 누구든 말문이 열립니다. 누구라도 팽주가 되어 나누는 그 분위기부터 이미 소통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지요.

 

차를 같이 마시고 싶어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구라도 앞에 앉으면 차를 우리게 됩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차가 고파집니다. 혼자 마시는 차도 좋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지요.

 

차가 고프지 않으십니까?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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