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1년 운지남 곡화차 시음기
-가을 고수차의 달콤한 과일향에 취해서-
보이차, 고수차, 곡화차...
보이차는 이제 누구나 알지만 고수차를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문 것 같습니다
고수차를 알면서 곡화차가 어떤 차인지 안다면 보이차 좀 마신다는 축에 든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한 때 곡화차 논쟁이 온라인에서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간자로 谷花茶라고 표기된 것에 대한 해석이 논쟁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谷'은 '穀'의 간자 표기인데도 계곡으로 해석해서 계곡에 꽃이 만발할 때 만드는 차라고 했던 것이지요
어떻든 곡화차는 중국의 간자로는 谷으로 쓰지만 穀이라고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벼꽃인 穀花가 가을에 왜 피는지는 운남의 남부 쪽의 사정이라고 하는군요
어떻든 '곡화차라고 하면 가을차'라고 알면 되겠습니다
본 시음기를 쓰기 전에 멋진 접시하나 선 보입니다
저의 다우 중에 한분이 제게 선물해 주셔서 제가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제 명함에는 배경 그림으로 '흐르는 물처럼'이라고 깔려있는데 그 디자인을 본 다우께서 "무설자가 이 접시의 주인이네"하시며...
그래서 이 접시를 바라보며 물처럼 살아가려고 애를 씁니다
어떻게 살아야 '물처럼' 사는 것일까요?
혹시 물처럼 사는 법을 아시는 다우께서는 꼭 가르침을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주인공 2011년 곡화차입니다
아직 가을이 꼬리를 보이고 있으니 아주 따끈따끈한 신제품이지요
보이차는 묵어야 제맛인데 신차가 뭐 자랑이냐고 할 건가요? ㅎㅎㅎ
게다가 '雲之南'이라는 새 브랜드이니 눈길이나 주실란가 모르겠네요
하지만 포장지 디자인으로 보니 눈길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雲之南'은 내마음의 차향이 운남에서 만드는 보이차의 자체 브랜드지요
고수차를 운남 현지에서 만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마셔본 고수차들도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것이었지요
그 차들이 가격과 품질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제 입맛엔 무난하더군요
그럼 운지남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나오는 첫차인 곡화차는 어떨까요?
2011년 9월에 긴압해서 출시되었다고 생산일자가 찍혀있습니다
아직 공식시판을 하지 않은 이 차를 제가 어떻게 입수하였을까요?
봉은사에서 있었던 바자회 행사장에 선보이고 있던 차를 뺏다시피 들고 왔답니다
다른 욕심은 별로 없지만 차 욕심은 어쩔 수 없으시다던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저도 이 차에 대한 궁금함으로 아직 시판 가격을 정해지지 않은 차를 후불하겠다고 하면서...ㅎㅎㅎ
다행스럽게 이렇게 시음기로 소개할만한 차라서 좋은 차를 한편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병면은 다른 고수차의 풍모를 보여줍니다
古樹라는 말처럼 오래된 큰 나무의 온갖 잎사귀가 이 병차에 다 들어간 것 같습니다
양념처럼 큰 잎, 작은 잎, 백호, 황편도 조금...ㅎㅎㅎ^^
강긴압이 아니라서 병면에서 조심스럽게 잎을 살살 풀어내니 온전한 잎이 떨어져 나옵니다
고수차는 묵혀서 마셔도 좋지만 저는 바로 마시는 차이니 긴압은 약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온전한 잎으로 우려야 차맛도 좋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차칙도 온라인의 인연으로 형처럼 대하는 다우께서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이제는 온라인의 인연에서 자주 보아야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직접 만나면 증표로서 귀한 다구를 받게 되는 복이 제게 있나봅니다 ^^
제게는 용도가 차호에 차를 담아넣는 것으로 씁니다
이렇게 담으면 한 3g 정도 되는데 좀 넘치니 4g 가까이 될 것 같습니다
계량할 필요가 없이 적정량을 알 수 있지요
제 시음기에서는 익숙한 소박한 차판입니다
흑단으로 된 것인데 제가 제일 편하게 대하는 젤~~~친한 다우가 선물로 주었습니다
가까이에 사는데 사업차 중국에 가 있어서 혼자 차를 마실 때마다 보고 싶습니다
작가도 모르지만 제가 젤 아끼는 자사호입니다
보이차 마시기를 시작하면서 구입한 제 소장품 중에사 오랜 놈입니다
고수차를 우릴 때 쓰는데 차맛도 괜찮게 내어 주는 것 같습니다
유리 숙우에 담긴 탕색이 어떻습니까?
이런 색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요?
황금색...금이 물에 녹는다면 이런 색을 내 줄 것 같습니다
제가 집에서 쓰는 잔마다 차를 담아서 분위기를 봅니다
마음에 꼭 드는 잔은 맨 아래에 있는 잔입니다
이번에 대구에 있는 다우를 만나서 선물로 받은 아주 귀한 잔이랍니다
이렇게 황홀한 탕색 바라보기를 즐기다가 맛과 향도 음미해 봅니다
곡화차는 봄차인 명전이나 명후차에 비해 부드러움은 덜하지만 시원한 맛이 좋다고 합니다
운지남 곡화차는 봄차에 못지 않은 부드러움과 가을차 특유의 시원함이 조화로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주목할 것은 운지남 곡화차의 차향입니다
맛에서는 봄차에 비해서 밀리지만 향에서 운지남 곡화차의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차향을 맡는 것을 문향(聞香)이라고 하는데 주로 오룡차 계열의 차로 문향배를 써서 향기을 즐기지요
코로 맡을 수 있는 차향은 마시고 난 뒤의 비워진 잔으로 즐겨야 합니다
운지남 곡화차의 향기는 달콤한 과일향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찻잔에 묻어있는 향기가 꽤 오래 지속되니 문향배를 써서 즐겨도 아주 좋겠습니다
제가 만난 고수차들은 차마다 독특한 차향이 있어 문향을 즐기며 차마다의 특징을 음미해 봅니다
제대로 만든 고수차는 묵혀서 마신다는 생차의 고정관념을 무너 뜨립니다
저는 고수차는 바로 마시고 숙차는 10년 정도 묵혀서 마신다고 이야기합니다
운지남이라는 브랜드로 처음 만든 차,
아직 가격은 알 수 없지만 녹차처럼 즐겨도 아주 좋은 차입니다
부드러움으로 입안에 담기고 시원한 뒷맛이 깔끔하면서 마신 뒤의 문향을 즐기며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병면에서 보이는 다양한 잎의 모양에서,
우려진 차의 탕색과 맛, 향기에서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차입니다
처음 만든 차라서 정성을 다했을 것인데 운지남의 이름으로 만날 수 있는 차가 늘 좋은 차이길 바랍니다
가을차라서 봄차보다는 가격이 쌀까요?
고수차가 올 봄차는 가격이 부담 되었는데 차값이 궁금합니다
소비자는 역시 품질대비 가격이 가장 큰 관심사니까요...ㅎㅎㅎ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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