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70년대 흑차전 시음기-40년 세월의 월진월향을 음미하니

무설자 2011. 11. 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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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70년대 흑차전 시음기

-40년 세월의 월진월향을 음미하니-

 

 

 

 

저의 흑차 멘토 동경당,

동경당에서 노차 한편을 보내왔습니다

40여 년 진기의 귀한 차를 동경당에 올리는 제 글의 원고료 삼아 보낸다고 하십니다

 

차에 대한 짧은 글을 써서 올리다보니 이런 횡재를 하기도 합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차에 대한 소통이 제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제 나름의 글 쓰는 의미를 삼습니다

오랜만에 노차 시음기를 한편 써 볼까 합니다

 

흑차를 즐기는 분들에게 세월이 오래된 차는 거의 무조건 선망의 대상이 되는듯 합니다

보이차에서 숙차는 10년, 생차는 20년은 넘어야 변화된 차맛을 느낄 수 있더군요

하지만 10년 이상의 세월을 어떤 환경의 장소에서 보관되었는지에 따라서 차는 천차만별이 됩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차는 흑차류가 주가 됩니다

산차의 상태로는 오래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주로 긴압-덩어리차로 만들게 되지요

운남성 보이차, 호남성 사천성의 흑차가 오래 묵은 노차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차들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하는 덩어리차는 보이차가 일반적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차는 보이차가 아닌 흑차류입니다

보통 흑차류는 기본 무게가 1kg 전후가 많은데 이 차는 250g 전차의 크기입니다

 

보이차의 생차와 숙차가 만드는 방법이 다르지만 흑차는 또 다릅니다

생차는 산화발효로 차가 익어가고 숙차는 균발효가 기본 공정에서 이루어집니다

흑차류는 보이차와 비교했을 때 약한 균발효 공정을 거쳐서 산화발효로 익어가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40년 이상의 세월을 지난 흑전차를 만났습니다

250g 크기의 전차로 된 흑차는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차는 흑차 중에서도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요?

 40년 이상의 세월을 온전하게 보낸 차일까요?

 

 

흑차류가 대부분 그렇지만 일아이엽, 일아삼엽의 등을 기대한다는 건 불가능입니다

이 차도 병면을 살펴보면 정성들여 채엽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흑차류의 차들은 줄기도 상당히 섞여 있는데 금첨류는 다구을 써서 차로 우려 마시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박지,얇은 종이에 싼 차는 이름도 성도 알 수 있는 그야말로 無名茶입니다

보내신 분이 1970년대 茶磚이라고 써보냈기 때문에 기본 이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흔 살이 넘은 차, 이렇게 마주 한다는 것으로 괜히 흥분이 됩니다

 

 

일단 우리나라의 한지 장인이 만든 한지로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긴압차는 이렇게 한지로 봉투를 만들어 보관하면서 필요한 양을 떼내어 씁니다

차의 보관에도 편리하고 온습도에도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겠지요

 

 

 

제가 가장 아끼는 오건명 작가의 용단호입니다

40년 이라는 老茶를 예우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차호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200cc 용량인데 좋은 니료에다 섬세한 조각이 차호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거실 탁자 한켠에 펴 놓은 차판은 항상 물만 끓도록 기다리고 있습니다

형식도 격식도 필요치 않은 우리 가족들이 항상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지요

차를 마시는 가족, 대화가 끊이지 않는 행복한 집일 것입니다

 

 

용단호에 차를 넣고 우려내었습니다

긴압되어 있는 차전에서 떼어낸 차엽은 사진으로 보기에는 별로라서 바로 우려낸 탕색을 봅니다

사진 상으로 보기에도 아주 맛깔스럽게 보이지요?

 

 

 

 

하얀 백자잔에나 옻칠금잔에나 탕색으로 보는 차는 아주 좋아 보이지요?

그런데 제가 맛 본 차맛은 어땠을까요?

40년의 세월은 이 차의 맛을 어떻게 만들어 내었을까요?

 

보이차 맛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에게 흑차가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든 것이 보통입니다

흑차 특유의 향미에다 얇은 맛, 엽저로 보는 차에 대한 왠지 모를 불신 등등

그렇지만 흑차를 좋아하는 분들은 오히려 보이차에 대해 입맛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한 때는 보이차의 노차에 대한 불신으로 오래된 흑차를 찾는 분도 많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보이차는 보이차대로 흑차는 흑차대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90년대 초반, 80년대 후반 복전은 진향이 아주 좋은 향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70년대 흑차전의 향미는 무겁지는 않지만 담백한 맛에 달콤한 진향이 묻어납니다

달콤하고 쌉쓰레한 쵸코렡 맛이 목넘김 후에 오래 입안에 가득합니다

아쉽다면 40년의 세월 동안 피할 수 없는 목질화의 현상으로 목넘김을 부담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차맛에서 기대하는 향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떤 차든 단맛이 많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달콤함이야 말로 어떤 음료에서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맛이겠지요

 

하지만 그냥 달기만 해서는 고급스러움이 반감하겠지요

쓴맛과 단맛은 맛에서는 상대적인데 그 조화로움이 맛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할 것입니다

이 차의 옥의 티, 쓴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맛을 방해하는 떫은맛이 자신의 흠집인양 드러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차맛을 그리겠지요?

저는 지미무미라는 표현으로 차맛의 궁극을 표현해 보는데

40여년 이라는 세월 속에서도 아직 無味에는 다가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 이 차가 만들어낼 향미의 궁극이 남았을까요?

 

두터운 보이차의 찻잎과 달리 얇은 찻잎의 한계에서 만들어진 고운 향미가 나오니 그맛을 즐겨봅니다

노차는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40여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이 차만의 독특한 맛을 볼 수 있는 분은 누구일까요? 

 

 

빈잔?

차는 마셔서 없어졌지만 40여년 세월의 진향은 찻잔에 담겨있습니다

陳香...기대하지도 실망해서도 안 될 그 차가 만들어낸 향미를 음미하면서

귀한 노차의 시음기로 부족한 글을 남겨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