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93 호남성 임상차창 복전 시음기
-넉넉하게 오래오래 마실 노차를 만난 기쁨을 누리게 되니-
중국차를 즐겨 마신다고 하면 보통 보이차를 듭니다
어떤 보이차를 마시냐고 물어보면 거의 5년 내외의 숙차가 주류를 이룰 것입니다
저는 10년 이상된 숙차를 주로 마시는데 15년 정도 된 차를 즐겨 마십니다
하지만 10년 이상된 노차를 마음에 드는 차로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월진월향이라고 그 차의 나이가 곧 가치라고 보게 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세월을 속인 차, 습한 장소에서 나쁜 곰팡이가 이미 먹어버린 차는 마셔서 안 될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잘 보관된 노차는 가격도 만만찮습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좋은 노차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차를 파는 곳에서도 그 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노차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지만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오래 묵힌 차 중에 흑차류에서 좋은 차를 만날 가능성이 더 있다는 것을 아는 이가 드문 것 같습니다
호남성, 사천성에서 나오는 흑차류에 불소성분이 많다며 마셔서는 안 된다고도 하는데
복전으로 대표되는 흑차류에 대해 공부를 해본다면 의외의 보물을 발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차는 호남성 임상(臨湘)차창의 1993년 복전으로 동경당에서 오래 보관된 차입니다
2012년이 눈 앞에 있으니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차입니다
보이차 매니아를 제외한다면 중국에서는 보이차보다 복전을 더 즐겨 마신다고 합니다
복전으로 대표돠는 흑차류는 단위 무게가 보통 1kg이 넘습니다
이 차는 1.8kg으로 제작되었으나 지금은 1.6kg정도 됩니다
250g 보이전차를 옆에 놓으니 새발에 피...입니다 ㅎㅎㅎ
이 차가 마음에 든다면 넉넉하게 보유한 노차로 얼마나 푸근한 차생활을 하게 될까요?
20년 된 보이차가 있다고 해도 건창에서 잘 보관된 차를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얘기합니다
흑차 특유의 향미를 즐기는 저는 몇년을 노차로 즐길 수 있어서 흐뭇합니다
중량은 1.8kg에서 세월이 지나니 1.7kg이 되었을까요?
1993년 산 복전, 청결하고 건조한 곳, 냄새가 없는 곳에서 장기보관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일단 넉넉한 중량이 마음에 드니 맛만 좋으면 그야말로 대박입니다 ㅎㅎㅎ
세관을 정식 통관한 제품입니다
이 필증이 붙어 있으면 중국과 한국의 식약청에서 각종 검사를 통과했다는 증표가 되지요
안심하고 마셔도 되는 차라는 것이지요
이제 기대를 가지고 호남성 복전 노차를 마셔 볼까요?
저는 호남성이나 사천성의 흑차류는 보편적인 향미를 즐기는 차는 아니라고 봅니다
차가 줄 수 있는 약리적인 면에다 노차가 주는 편안함이 제가 노복전차를 즐기는 이유입니다
흑차를 우릴 때는 200cc 용량의 전용 자사호를 씁니다
차도 넉넉하게 넣어서 편안하게 양으로 마십니다
막걸리를 마시듯이 그렇게 마시는 차입니다
탕색이 차맛을 알게 하지는 않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아주 맛있는 차입니다
맛은 어떨까요?
맛의 바탕은 쌉쓰레하니 입에 머금었다가 목구멍으로 넘기면 단침이 따라 나옵니다
큰 숙우에 가득 우려서 식지 않게 도와주는 보온초 위에 올려두고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다식을 옆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실 차로 이만한 게 있을까요?
매력적인 향미는 특별하게 이야기할 것이 없지만 노차를 만나는 설램을 담아도 좋을 차입니다
덧붙여서 요즘 차를 우리는 물을 담아두는 항아리를 소개합니다
이렇게 달항아리를 닮은 항아리의 소재가 무엇일까요?
제가 소개하는 다구는...아시지요?
물을 뜨는 국자도 순수공예 삼보의 차기정 장인, 그의 작품이랍니다
대나무와 한 마디의 줄기를 이용한 멋스런 찻물 국자가 어떻습니까?
찻물을 담아서 쓰는 용기로 옹기나 자기 항아리를 많이 쓰지만 이 소재는 아주 특별한 것이지요
바로 옻칠 목기 항아리입니다
옻칠이 물항아리에서 발휘하는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살균 기능이 있는데다 미세한 파장이 늘 흘러서 신선한 상태를 오래 유지 한다고 합니다
제 차에는 항상 물통이 실려 있어서 차가 닿는 곳에 좋은 물이 있으면 떠 온답니다
좋은 물을 원 상태대로 오래 유지하여 담아둘 수 있는 그릇,
찻물을 담는데 이만한 항아리가 없겠죠? ㅎㅎㅎ
달항아리를 닮은 푸근한 선
나무 무늬를 그대로 살려내는 옻칠이 주는 우아함
살균 기능과 신선도를 유지한다는 신비한 파장의 효과가 찻물 항아리로는 최고일 것 같습니다
우리면 그대로 보약일 것 같은 진년 복전차
좋은 찻물을 써서 정성껏 우려 드시면 음료수로는 이만한 것이 없겠지요?
자...보약차 한 잔 마셔 봅니다 ㅎㅎㅎ^^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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