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차두와 숙차, 월광백과 생차

무설자 2011. 10. 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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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차두와 숙차, 월광백과 생차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는 카페에서는 분기별로 베스트 회원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회원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카페에 열심히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합니다

 

이번에 카페에서 준비된 선물은 두 가지 종류의 차입니다

2002년산 차두와 2011년산 월광백입니다

차두와 월광백은 이름은 많이 알지만 익숙하게 마시는 차가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온 차두와 월광백은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차두는 숙차와 관련이 있으며 월광백은 생차와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부여해 보니 오늘도 글이 될 것 같습니다 ㅎㅎㅎ

 

 

 

작은 통에 담겨져 곤명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두 종류의 차입니다

날씬한 통은 내용물이 차두, 땅딸한 통에는 월광백 산차가 들어 있습니다

차두나 월광백을 즐겨 마시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며 아직 맛보지 못한 다우님들도 계시지요?

 

 

워낙 시음기에 자주 등장하는 차판이라서 제 글을 자주 보는 분들은 이제 익숙하실 것입니다.

오늘은 차두는 자사호에, 월광백은 개완으로 우리도록 하겠습니다

 차두는 아직 숙미가 많이 남아있어서 자사호의 도움을 좀 받는 의미로 쓰는데...

 

 

우선 차두입니다

차두는 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입니다

모차를 조수악퇴발효하는 과정에서 찻잎이 뭉쳐진 것을 몇년 모아서 긴압차로 만든다고 합니다

 

노동지 500g 차두가 두 편이나 있긴 하지만 잘 마셔지지 않습니다

왠지 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차로 만든 것 같고 품질을 관리해서 만드는 차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자료삼아 서재에 늘 자리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차맛은 다들 괜찮다고 합니다

몇년을 모아두었다가 차로 찍어서 나오기에 대부분 진년차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노차의 풍미마저 풍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물로 준비되는 이 차두도 제게는 차로 마실 우선 순위에서 많이 밀릴 것 같습니다

2002년에 만들어진 숙차 치고는 숙미와 숙향이 좀 많은 편입니다

탕색은 환상적으로 나오는데 맛은 심심하고 목넘김에 부담이 많아서 이 차가 생각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진은 좀 검게 보이지만 엽저도 지나치게 나쁜 편은 아닙니다.

단단히 뭉쳐져 있어서 잘 풀어지지 않아서 억지로 풀아야 잎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2011년 산 월광백을 마셔봅니다.

월광백은 보이차와 같은 잎을 쓰긴 하지만 불을 쓰는 살청이나 햇볕에 말리는 쇄청 과정이 없는 차입니다

그야말로 그늘과 바람이 만드는 차라고 할까요?

 

 

"월광백(月光白)"이라는 이름은

달빛을 받으며 건조시켜 하얗게 만든 차라는 뜻으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찻잎을 보면 희고 검은 대비가 아주 특별하게 보입니다

 

 햇볕을 쐬지 않고 해가 뜨기 전 찻잎을 채취한다고 합니다. 

실내에서 찻잎이 상하지 않게 대소쿠리를 사용하여 층층이 차잎을 널어 자연발효시킵니다

몇일간의 건조과정 동안 유념, 살청과 같은 일체의 가공을 거치치 않고

 천천히 건조,  발효 시켜 완성된다고 합니다.

 

보이차는 햇볕의 도움을 받는 쇄청과정과는 정반대라고 봐야겠지요

월광백은 보이차라고 부를 수 없고 그늘에 건조하는 과정이 백차의 제조과정과 아주 흡사합니다

 

달은 역시 가을달이 좋으니 월광백은 가을 밤에 마시면 좋겠지요?

차를 받으시면 꼭 10월의 달빛 아래 차 한 잔 우려 보시기 바랍니다

가을 달밤 차...ㅎㅎㅎ

 

 

 

개완은 차도 탕색도 보면서 편하게 우릴 수 있으니 자주 쓰게 됩니다

개완을 익숙하게 쓰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에 손가락을 좀 담구어야 합니다

몇 번만 '앗 뜨거'하다보면 쉽게 쓸 수 있지요

 

 

 

백차를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었으니 탕색은 햇생차의 탕색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향미는 산뜻하고 깔끔하여 누구든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유념 과정 없이 만들어서 그런지 고수차에 비하면 농하고 깊은 맛은  덜합니다   

 

 

엽저를 보니 고수차로 만들었는지 잎 모양이 다양합니다

고수차를 만드는 분이 보내셨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보이차도 잎이 균일하면 대지찻잎일 가능성이 높고 고수찻잎은 채엽 특성상 잎의 크기가 다양하답니다

 

 

 

숙차의 또 다른 모습인 차두, 생차의 정반대의 모습인 월광백

차를 보낸 분이 카페 회원들께 보이차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차두나 월광백을 어떻게 받아 들일지 궁금해집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