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113
숙차 마시는 재미
이제 보이차를 마신지 몇해가 되다보니 차가 제법 모였습니다
보이차를 마시니 아침마다 마실 차를 정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오늘은 단맛이 좋은 차...아니지 쓴맛이 괜찮은 놈으로 맛 좀 볼까? 하면서 차를 골라봅니다
숙차를 즐겨 마시다보니 싼 차, 비싼 차를 그렇게 따지지 않아서 좋더군요
사실 숙차는 만든지 오년정도 지나면 특별히 가리지 않아도 대부분 마실만 합니다
그래서 차를 구입하는데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여러 종류의 차를 갖출 수 있었습니다
숙차는 나눔용으로도 구입하는데 만든지 3년 정도 되는 차를 구입하고 5년이 지나면 나누는 차로 씁니다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사무실에서 주로 일을 하고 손님도 제 사무실에서 맞이합니다
그러다보면 제 차생활은 '노는 입에 차 마신다'라고 할 스타일입니다
유리숙우에 차를 가득 우려놓고 큰 잔에다 가득 부어서 꿀~꺽 마십니다
당연히 손님들께도 큰 잔이나 머그컵에다 아메리칸 커피 마시듯 드립니다
대신 차를 연하게 우려서 물 대신 마시듯 합니다
주로 개완을 이용해서 차를 우리는데 차의 양을 좀 적게 넣어서 우립니다
그래야 차의 종류를 자주 바꿔가면서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지요
자주 와서 마시는 분들은 제법 이 차와 저 차가 차맛이 다르다는 이야기합니다
단맛이 많다든지 쓴맛이 좋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흐뭇해집니다
보이차의 맛을 구별할 정도가 되면 이제 차를 매일 마신다고 볼 수 있지요
저의 차마시기 스타일은 차맛을 읽는 품차식이 아니라 막 마시는 음차식이지요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차를 찾아서 마시기보다는 소장하고 있는 차에서 만족할만한 맛을 찾지요
제게 숙차는 지나치게 떫은 맛과 너무 가벼운 맛만 피하면 일단 통과입니다
부드럽고 농한 맛에 단맛이 돌고 뒷맛에 쓴맛이 받쳐주면 만족합니다
이렇게 숙차를 마시다보니 제가 마시는 차를 나누기가 쉽습니다
찾아오는 분에게 숙차 한 편에 표일배를 얹어서 나눌 수 있는 여유를 즐깁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오늘도 가끔 찾아오는 지인이 숙차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차 마시기를 원하는 그에게 숙차 한편 전해주고나니 행복했습니다
그도 이제 매일 차를 마시게 되니 그의 주변에도 차 마시는 사람이 생기게 되겠지요
숙차는 이렇게 나눔의 공덕을 지을 수 있는 차입니다
첫맛은 달콤하고 뒷맛에 쓴맛이 받쳐주는 맛있는 숙차 한 잔 올립니다 (2011, 01, 03)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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