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소욕지족으로 마시는 차
제게 차 재산목록을 묻는다면 아직도 그다지 내세울만한 차는 없답니다
마실만한 숙차가 조금 있을 뿐이니 고수들의 수장차에 비교해보니 참 가소로운 정도입니다
기회가 닿아 찾아뵌 몇몇 고수분들의 차실에서는 주눅이 들어서 오지요
아직 집에서는 절의 도반들과 차를 마신 것이 전부이지만
사무실에는 가끔 다인들이 오셔서 차를 마십니다
그 때 오시는 분들이 고수라면 필수지참물이 바로 그 분들이 마실 차입니다
저는 입이 걸어서 크게 편애하는 차가 없기에 어떤 찻자리라도 맛있게 마십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지금 마시고 있는 차가 가장 좋은 차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고수의 차는 그분들이 마시는 좋은 차이고 저는 제가 마시는 차가 좋은 차입니다
어떤 차자리이든 그 자리에서 마시는 차가 만족스러워야합니다
지금 내 입맛에 맞지 않다고해서 그 차를 저평가를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 찻자리에 내는 차는 분명 그 자리에서는 가장 좋은 차로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마시는 자리에서 나오는 차는 그 자리의 대장차입니다
그 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팽주에 대한 예우이자 좋은 차를 알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항상 찻자리에 갈 때는 그 자리를 빛낼 차에 대한 충분한 칭찬과 흡족할 것이라는 기대를 준비하십시오
어떤 찻자리에도 꼭 필요한 예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누구나 꼭 지켜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 나오는 차에 대한 칭찬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차선배님들의 차는 당연히 좋은 차였지요
제가 나누는 차 또한 저로서는 제가 소장한 최고의 대장차이지요
우리 다연회의 정기모임에서도 매달 준비되는 차들은 놀랄만한 차들이 나옵니다
선배님들을 찾아뵙고 나오면 손에 들려있는 차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선물로 가져오시는 차
카페활동으로 중국 각지, 우리나라 전국에서 오는 차
이렇게 찾아가서 마시고 모여서 마시고 저 혼자서 마시면서 늘 행복합니다
少欲知足이라 했으니 적게 바라면 늘 만족하면서 차를 마시게 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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