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116
차를 삶의 한가운데 두니
바쁩니다. 그냥 바쁩니다. 한참 바쁘게 달음박질치듯 보내다가 가끔 멍하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방향을 잃은 듯이 정신없이 치닫듯 바쁜 일상 속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또 이유도 없이 서서 하늘만 바라보고 땅을 내려다 보기도 합니다. 늘 쫓기듯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목적지를 잊고 있습니다.
달리다가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 타기처럼 어쩔 수 없이 달려가는 것과 같습니다. 자전거를 멈추어야 하는 마땅한 이유가 없으니 한없이 달릴 요량인가 봅니다. 다들 달리니 그 무리에 이탈되면 큰일인 듯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가듯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사는 이유를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답하는 이는 없다
바쁘게 살고 있는 제게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가?" 하고 스스로 물어봅니다.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목적지는 대부분 행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요? 스스로 행복하다고 하는 이가 있다면 그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런 이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이들을 생각해봅니다. 정상을 향해 땀을 뻘뻘 흘리며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위만 바라보며 올라갑니다. 산에 들어서 얻어지는 행복이 정상에 꼭 올라야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산에 들어 얻을 수 있는 행복은 산길을 걸으면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키 큰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나뭇잎이 만들어주는 그늘이 고맙습니다. 얼굴을 스치는 신선한 바람결, 맑은 물소리와 새의 지저귐이 시름을 잊게 하지요.
살아가는 그 순간을 놓치고 내가 바라는 결과에 행복이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살아가는 그 순간을 놓치고 내가 바라는 결과에 행복이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여깁니다. 오늘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내일 또 열심히 할 일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어제같이 오늘을 살고 또 그렇게 내일이 다가오는 생활은 고여있는 물과 같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젖어 저도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갑니다. 온전한 ‘나’만의 삶을 놓친다면 무리 지어 앞만 보고 줄지어 가는 행렬과 다름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차 한 잔을 삶의 가운데 놓습니다. 정신없이 치닫는 시간 가운데 차를 마시며 작은 마디를 만들어 봅니다. 일상이 지루해지면 리듬을 만들듯이 차를 마십니다.
때로는 길게 짧게, 때로는 짧게 길게 내가 원하는 삶의 박자를 만들어봅니다. 앞에 앉은 사람을 이겨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는 잠깐 차 한 잔이 긴 박자가 됩니다. 너무 오래 이야기하는 이에게 차 한 잔을 권하며 짧은 박자로 내 이야기를 끼워 봅니다.
차 한 잔의 리듬, 짧고 긴 사이의 여운에 행복이 숨어있다
바쁘다고 투정하기보다 차 한 잔이면 저절로 여유가 생깁니다. 지루한 삶이 리듬을 타면서 저도 즐겁고 제 주변도 여유로워집니다. 급하던 마음이 잠시 머무러는 여유 앞에서 그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차 한 잔의 리듬, 짧고 긴 사이의 여운에 행복이 숨어있음을 알게 합니다.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 앞에 앉은 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즐거움이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차를 마시며 여유를 가지는 것이 바쁜 일상보다 더 가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 한 잔, 이 한 마디에 삶은 내가 원하는 리듬을 타며 행복이 일상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바쁘다는 푸념보다 차 한 잔의 행복을 누립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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