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008
둥근 잔에 담긴 차
네모난 잔에 차를 담아 마신 적이 있으신지요?
잔을 네모나게 만든 것도 있지만 그 잔으로는 차를 편하게로 마시기는 어렵지요.
모서리로 겨우 마실 수 있지만 변으로 마시면 입술 옆으로 흘러내릴 것입니다.
잔을 씻을 때도 기역자로 꺾인 모서리에 낀 찻물은 쉽게 씻기 어렵습니다.
잔을 잡기도 불편해서 손잡이가 꼭 달려 있어야겠지요.
다탁에 놓인 잔을 가지런히 잘 놓아야 차 마시는 정서에 어울릴 것입니다.
차를 마시는 마음을 모양으로 그린다면 동그랗기에 둥근 잔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그란 찻잔은 눈을 감고 마셔도 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셔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입술만 갖다 대면 그냥 마실 수 있으니까요.
손잡이가 달린 잔은 왠지 찻잔으로는 낯설어 보입니다.
커피나 유럽식 홍차는 손잡이가 달린 둥근 잔을 쓰지만 동양의 정서는 아니지요.
찻잔의 온기를 손으로 느껴야 온전히 차를 마신다고 하겠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모난 얘기를 나누고 남의 험담을 하기도 합니까?
만약 그런 얘기를 나누는 자리라면 찻자리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은 茶人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담긴 그대로 만족하며 마시라고 손잡이가 없는 둥근 잔이 제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손에 잡히는 그대로,
담겨있는 그만큼 만족하며 마시라고 하네요.
무 설 자
'茶 이야기 > 에세이 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한 벗, 다우 만들기 (0) | 2011.04.06 |
---|---|
차를 대하며 지켜야 할 5心, 그리고 버려야 할 5心 (0) | 2011.04.04 |
저는 이렇게 차를 마십니다 (0) | 2011.03.25 |
차바위 (0) | 2011.03.21 |
茶를 삶의 한가운데 두니 (0) | 2011.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