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사연이 담긴 차

무설자 2011. 3. 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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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10308

사연이 담긴 차

 

혹시 마시지 못하고 모셔둔 차가 있습니까? 차가 시원찮아서 마시지 않는 그런 차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 차에 담긴 사연이 있어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하는 그런 차가 있는지요?

 

이제 중국차를 마신 지 시간이 좀 지나다보니 사연이 담긴 차가 제법 있습니다. 오래 차를 마셔온 분들은 소장하게 된 그 나름의 사연이 있는 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인과의 애틋함이 담긴 사연이야 차와 관련시키기는 어렵겠지만요. 보이차는 한 편에 수백만 원에서 값을 매기기 어려운 차를 나누어 주는 분이 적지 않은 그런 사연이랍니다. 

 

술을 마시는 분들은 좋은 술이라고 해서 마시지 않고 오래 가지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세 명이 모이면 있는 술로는 모자라기 일쑤라야 술 좀 마신다고 하지요? 보이차는 아무리 좋아도 몇 편을 하루 밤에 마실 수는 없으니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입니다. 술자리는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는데 찻자리로 밤 늦게 이어지기도 할까요? 보이차는 찻자리를 주관하는 팽주라면 수백 편을 소장하고 있으니 밤 새워 마셔도 시간이 부족할 뿐이지요.

 

그렇지만 차는 술하고는 즐기는 방법에서 격이 좀 다르답니다. 좋은 차를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노라면 대부분 그 여운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찻자리가 파할 때 마셨던 차에 대해 호감을 표하는 분에게 그 차를 조금 덜어서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리액션이 좀 강해야 팽주의 마음이 흡족해지면서 아끼는 차라도 선뜻 담아내게 하지요.

 

차를 마실 때 차맛이나 차향만 따지는 자리라면 참 재미가 없지요. 만날 때마다 서로 살아가는 얘기가 차에서 우러날 때 차의 진정한 향미를 음미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나눔 받아온 차에는 다우의 정이 담겨있습니다. 고요한 시간에 혼자 앉아서 차를 우려 마시면서 사람과 차가 어우러진 향미를 느낀답니다.

차에 담긴 사연 때문에 마시고 조금 남은 차는 나눠주신 분의 마음으로 간직합니다

 

귀한 차인데 온전한 한 편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답니다. 조금씩 아끼면서 마셨지만 어느새 조각차로 남았습니다. 두세번 먹을 양으로 남게 되면 그 차에 담긴 사연 때문에 마시지 않고 잘 보관하려고 합니다. 이제 남은 차는 나눠주신 분의 마음으로 간직합니다.

 

저처럼  나눔 받았던 차가 있으신가요? 그 차에 담긴 사연이 궁금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