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차를 우리며 찻그릇을 생각해보니

무설자 2010. 10. 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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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이야기1036

차를 우리며 찻그릇을 생각해보니 

 

 

30여 년간 차를 마셔오면서 차와 함께 즐기는 또 다른 건 찻그릇입니다. 중국차를 우리는 자사호의 크기가 갓난아기 주먹보다 작은 사이즈를 보면서 의아스러웠습니다. 중국이라는 대륙의 스케일과 소꿉놀이하는 그릇 같은 차호나 찻잔을 비교하자니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이제 중국차를 본격적으로 마시면서 왜 그런 그릇을 쓰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 다관도 다양화, 소형화, 실용화를 추구하여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 다기에 비하면 좀 더 다양한 다구가 나와야 할 것이라 봅니다.

 

차를 우리는 주전자를 부르는 명칭이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다관이라 하고 중국은 차호라고 하지요. 우선 부르는 이름의 차이를 살펴볼까요? 다관의 명칭은 물대를 기준으로 손잡이가 몸통 옆에 붙어 있으면 다병(茶甁), 뒤에 있으면 차호(茶壺), 위에 있으면 다관(茶罐)으로 분류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몸통 옆에 붙은 것은 다병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옛 그림 속에 차를 우리는 손잡이가 위에 붙은 그릇은 다관입니다. 중국차를 우리는데 쓰는 손잡이가 물대의 뒤에 붙은 자사호는 차호인 셈이지요. 그렇지만 중국 자사호는 차호, 우리 녹차를 우리는 것은 다관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손잡이가 옆으로 꼭지와 직각을 이룬 상태로 붙어 있는 것을 다병(오른쪽)

손잡이가 꼭지의 뒤쪽 반대 방향에 상하로 밀착시킨 차호(왼쪽)

손잡이가 대나무 뿌리 등을 사용해서 따로 꼭지와 뒤편에 연결시킨 다관(가운데)

 

(생활다례, 민속원, pp130,131)

 

 

중국의 차 그릇인 차호나 찻잔도 우리 찻그릇만 한 용량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그 크기나 용량이 적은 것이 많아서 80cc 차호도 있지요. 아마도 중국차를 모르는 이는 크기만 보면 소꿉놀이를 할 때 쓰는 장난감으로 알 것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중국이라는 대륙을 생각하면서 찻그릇의 크기를 바라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왜 중국의 찻그릇처럼 다양하게 만들지 못하는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차를 오래 즐겨온 차인의 다실을 보면 우리 차와 관련된 분위기보다는 중국차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차 관련 문화가 중국에는 괄목할 정도로 발전해 왔음을 볼 수 있습니다. 값을 많이 치르지 않아도 다양한 차생활을 누릴 수 있으니 중국 쪽으로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차호만 하더라도 그 크기나 모양의 다양함에 탄복할 지경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그 시도가 아직 피부에 와닿을 정도가 아니기에 녹차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우리 발효차를 수용하는 다구의 개발에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제 스님 다우의 찻자리 
 
 
 

차호의 크기는 얼마만 한 것이 좋을까요?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일반적으로는 120-150cc의 차호를 많이 씁니다. 혼자서 마실 때는 100cc 이하의 용량도 필요한 것을 느낍니다. 혼자나 두 명 정도가 차를 마시면서 150cc 이상의 차호를 쓰면 두세 시간에 서너 종류의 차를 마시기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으로는 150cc 아래 용량이 많이 쓰입니다. 아주 좋은 차를 마시거나 혼자 마시는 용량으로 80cc~120cc 내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00cc 크기의 대용량은 5명 이상 마시는 자리에 쓰거나 소장용 작품으로 적합할 것입니다. 따라서 초보자가 쓰는 차호는 80cc - 150cc 내외의 차호를 갖추는 것이 좋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자사호는 숙차용과 생차, 반발효차 용으로 구분해서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자사호는 차의 향을 흡수하므로 최소한 숙차와 생차는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중국차는 향과 맛이 차의 종류마다 뚜렷하므로 차호의 기능을 고려해야 하지요.

 

우리 차는 아직까지 일본의 다도풍을 따르려고 하거나 茶禮다례라고 하여 禮예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차를 마셔야 함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서 중국차는 다법이라고 하는 표현처럼 아주 실용적으로 차를 대합니다. 그래서 중국차는 그릇도 차의 종류만큼 기능에 맞춰 다양하게 갖출 것을 권하고 차도 그 특징에 맞는 그릇에 마셔야 그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차의 그릇은 요즘은 다양하게 나오지만 좀 더 많은 시도가 있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찻그릇 회사인 차모아에서 생산하는 실용다구 세트

 

차를 알면 그릇도 그만큼 관심이 생기고 차에 맞는 그릇을 쓰면 즐거움이 더해집니다. 차생활의 격이란 단순한 음료에서 차를 음미하는 깊이를 더하는 것이겠지요. 그냥 마시는 재미에서 차와 그릇을 이야기할 다우와 함께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