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다반사로 마시는 차생활의 희망을 찻그릇에서 본다

무설자 2010. 6.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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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이야기 1027

다반사로 마시는 차생활의 희망을 찻그릇에서 본다

 

 

茶飯事,

 늘 있는 예사로운 일. 항다반(恒茶飯) 또는 항다반사(恒茶飯事)라고도 합니다.

본래 불교용어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의미하지요

 

 극히 일반적이고도 당연한 일을 칭하는 말이니 차를 마시는 일이 밥을 먹듯이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는 것을 보면 밥 먹는 것도 챙겨서 하질 않으면 밥 먹듯이 먹어지질 않습니다

그럼 무엇을 다반사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밥을 밥같이 먹기 어려우니 차를 마시는 건 더 어려운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반사가 다반사가 아니니 사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밥 같은 밥을 밥 먹듯이만 한다면 건강을 챙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병원에 갈 정도로 건강을 잃어 진료를 받아보면 밥을 잘 챙겨 먹으라고 하는 것이 첫번 째 약방문입니다

제대로 된 식단이란 패스트 푸드가 아닌 슬로우 푸드입니다

어렵게 이야기할 필요 없이 집에 먹는 밥상 차림이면 되지요

 

그런데 우리는 평소에 밥만 잘 챙겨 먹으면 되는 것을 건강을 잃고나서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과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의 첫번 째가 바로 밥 잘 챙겨 먹고 차를 자주 마시는 일입니다

 

다반사란 쉬운 일을 칭하는 말인데 이 시대에는 특별한 일이 되어 버렸으니 문제는 항상 가까운데 있나봅니다

다반사 중에 차를 마시는 일이 어렵게 하는 건 귀찮은 일로 돌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귀찮은 일로 차 마시기가 된 원인 중에 하나가 차를 우리는 그릇에도 있습니다

 

다반사로 돌아오게 하는 차 마시기의 희망을 2010 대구 세계 차문화축제에서 보았습니다

간편하게 차를 마시는 찻그릇이 도공들의 노력으로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기존의 5인 다관세트 위주에서 3인용 정도 크기의 적당한 다관들이 흥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흔히 차를 마신다고 하면 아직 녹차만 떠 올리게 됩니다

차의 종주국인 중국에는 수많은 차들이 있습니다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 복전 등 셀 수도 없는 종류의 차가 있음을 아직 우리 주변에서는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행사장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코너를 만들었더군요

행사장을 찾은 분들은 '차'가 커피나 율무차가 아니라 '차'의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불발효차, 반발효차, 전발효차, 후발효차로 나누어지는 것도 알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이 행사장에 나온 찻그릇을 간단히 돌아 볼까요?

이 자리에 나온 도예가는 극히 일부분일테니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을까요?

그 노력들이 차를 마시는 분들이 늘어난다면 우리 다구들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몇 십 년을 차를 마셔온 저도 깜짝 놀라고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찻그릇은 기존의 5인용 다관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크기도 3인용 정도, 디자인도 너무 예뻐서 아주 흥분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대였습니다

 

작품으로 만든 그릇이기에 탐나는 만큼 비싼 그릇들만 있었습니다

그림의 떡이어서 생활 다기를 이렇게 만들 수 없을까하고 생각 했었지요

5만원 내외, 다관만 2-3 만원 정도의 가격대로 파는 그릇은 없을까하고...

 

그런데 어제 우리 동네의 작은 전시장에서 제가 생각하는 그릇을 보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찻그릇의 가격대를 보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5만원에 이렇게 괜찮은 그릇을 살 수 있다면 다반사를 위한 희망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김해 진례에 있는 서광도예 작품으로 다관과 숙우, 잔 세 개가 한 셋트입니다

백자로 만들었는데 디자인도 아주 마음에 들 뿐 아니라 다관의 출수도 좋고 찻잔의 크기도 적당합니다

이만한 가격대의 찻그릇에 도공의 정성이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관을 봅니다

윤곽선은 굵게 잡았지만 디테일은 정성을 느끼게 해주는 디자인입니다

무엇보다 출수가 좋아서 차를 내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숙우와 잔도 상부에 디자인과 함께 찻물을 따르고 마시는 느낌이 좋게 되어 있습니다

꽃잎 모양으로 만든 상부 처리가 숙우는 물을 따르기 좋게 되어 있고 잔은 마시기에 좋습니다

모양새와 쓰임새를 같이 배려한 훌륭한 그릇이라 여겨집니다

 

 

50,000원 정도로 이만한 그릇을 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움을 이야기하라면 다관의 무게입니다

염가의 그릇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지 흙을 다루는데 시간을 줄여야 하기 때문일까요?

 

아이들이나 여자들이 다루기에는 무게가 만만찮습니다

지금 그릇의 절반 정도의 무게라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무게만 줄여서 만들 수 있다면 더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는 아주 좋은 찻그릇입니다

 

다반사,

이 찻그릇 하나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봅니다

이렇게 부담없는 가격으로 좋은 찻그릇을 낼 수 있는 서광도예에 박수를 보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