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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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1221
나 혼자 마실 수 없는 차
온라인을 인연으로 차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납니다. 지속적으로 늘 연락을 주고 받는 분도 있지만 인연이 끊기는 분들이 더 많지요. 온라인이라는 한계는 둘 중의 한쪽이 사라지면 그만이라는 점입니다.
그에 비해서 오프라인은 만남은 별도의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그만큼 지속하기가 어렵지만 한 번의 만남으로 오랜 지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만남이 찾아가기는 쉽지만 부르기는 참 어렵습니다.
차를 매개체로 하는 만남이라 벗을 청할만한 차가 없이는 곤란하지요. 그렇게 많은 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역시 제가 찾아가서 마시는 자리는 좋은 차가 있더군요. 그 차의 비중이 전부가 아닐지라도 역시 다인에게는 차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좋은 차란 어떤 차일까요? 제가 모실 수 있는 분이 만족해 할 수 있는 차이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차를 강요하듯 내기보다는 앞에 앉은 분이 좋아할 차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으뜸으로 삼을 수 있는 차가 있다면 그저 그만이겠지만요. 하지만 그럴만한 보이차라면 20년은 넘어 30년 이상 묵은 차라야 할 것인데... 제게는 숙차만 잔뜩 있으니 손님을 청하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제게도 작은 양이지만 이름을 내는 차가 있긴 하지요. 그건 대부분 제가 차바위라고 부르는 선배 다인들께서 나눠주시는 차들입니다. 그 차는 저 혼자 마시지 못하고 잘 보관하게 됩니다.
오늘도 멀리서 찾아오실 귀한 다인이 있습니다. 그 분이 좋은 차를 찾아 제게 오시는 건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운남에서 오는 그 귀한 걸음에 대접할 차를 제 차 선생님이 준비해 주셨네요.
작은 양이긴 하지만 찾아 오는 이를 대접할만한 차가 있으니 든든합니다. 언제 오실지 모를 차 손님을 맞을 준비는 되셨습니까?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