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차 선생님

무설자 2009. 12.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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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계단 손잡이
그날은 정말 추운 날이었다.
어찌나 추웠는지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서 있는데
손발에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종종걸음을 하며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와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 한 분이
전철 계단 손잡이를 잡고서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별 생각 없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앞장 서 올라오는 그 아이가
할아버지가 잡을 계단 손잡이를
열심히 손으로 문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 아이가
또래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장난치고는 아이의
표정과 몸짓이 너무 진지했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그 아이의
행동을 살펴보니 아이는
할아버지가 잡을 계단 손잡이를
자신의 체온으로 녹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순간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 [눈물이 나올 만큼 좋은 이야기] 양억관 -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을 통해
보고 배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그저 먹은 나이 값도 중요하지만,
짧지만 굵게 사는 법이 더 중요합니다.

- 아이의 마음으로 살아가요.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091218

차 선생님

 

 

 

참 매서운 세밑 추위가 제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얼게 합니다.

춥다는 건 그 말만으로도 마음을 시리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만나며 따뜻한 정을 나누려 하는 것이겠지요.

 

차 한 잔을 나눈다는 건 이런 정을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겠지요.

어제도 오늘도 저보다 더 추위를 타는 분에게 차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나눈 차와 몇 마디 이야기에 그의 마음이 좀 녹아내렸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제가 찾아 뵈어야 하는데 제 차 선생님이 찾아 주셨습니다.

선생님이 준비해 온 귀한 차에다 한해 잘 마무리하라는 덕담을 함께 나눠 주십니다.

저는 따로 드릴 게 없어 그저 늘 베풀어 주시는 차와 가르침을 잘 받기만 합니다.

 

어쩌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저는 윗분에게 받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차를 모르는 분들에게 기회가 닿는대로 또 차를 나눕니다.

그래서 차가 주는 소중한 정서와 의미를 세상에 전하며 제 도리를 다해 봅니다.

 

마른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우려져 나오는 그 아름다움을 봅니다.

싸다 비싸다, 좋다 나쁘다는 분별없이 내가 선택한 그 차는 제 도리를 다합니다.

그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마주 앉은 사람과 차를 얘기하기 보다는 삶을 나눕니다

 

올해를 돌아보며 차가 제게 준 큰 의미를 생각하며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제게 차를 이야기 하기보다는 차를 알아가는 길을 제시해 주는 그 길을 따라갑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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