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의 교훈 |
두 번째 책이 나왔을 때 바쁜 일정 때문에 미처 원고의 교정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책이 출간되었을 때 여기 저기 오타를 발견하고는 마음이 너무 불편해 아내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에이 짜증나. 어떻게 편집을 봤길래 오타가 이렇게 많아? 이런 오타는 전적으로 출판사의 책임이야." 그러자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자기야. 이렇게 멋있고 완벽한 책에 그까짓 오타 몇 개 가지고 왜 그래?" 아내의 한마디에 튀어나오던 내 입술은 다시 원위치했습니다. 칭찬과 격려란 이렇게 생각을 전환시키는 최고의 힘입니다. 생각뿐만이 아니라 입안에도 기분좋은 전진기어 하나 달아야겠습니다. - 최규상의 유머발전소 (www.humorletter.co.kr)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1230
숙차의 공덕
제 주변에는 차를 마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꾸준히 차 나누기를 한 결과라고 생각하니 한해를 보내며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차를 마시는 그 분들과는 다우로서의 만남이 더해져서 각별한 정을 나눕니다.
아직 우리 주변에서는 차를 마시는 것을 '아주' 특별한 일로 생각합니다. 차를 마신다고 하면 "'다도'를 하시는군요"하면서 부러워하지요. 결국 지금은 '茶飯事'라는 말이 무색해졌다는 얘깁니다.
다반사라는 말처럼 밥 먹듯이 차를 마시는 것이 요즘은 왜 어려워졌을까요? 커피는 원두를 갈아 드립해서 마시면 어렵지만 커피믹스는 간편하게 마시지요. 중국이나 일본은 차를 식전 식후를 가리지않고 커피믹스처럼 편하게 마십니다.
이렇게 차를 마시면 다도운운 하는 건 차를 마시는 풍토에 문제가 있다는 거지요. 차 마시기를 보급해야 하는 차계가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만을 해 온 것 아닐까요? 차를 마셔서 이로운 점을 생각해보면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녹차를 맥주컵 같은 유리잔에 잎을 넣어 물만 부어서 마시지요. 차를 마시면 그만이지 어떤 그릇을 쓰느냐 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프랑스에서 와인을 그냥 아무 컵에 부어서 마시듯이 말입니다.
녹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몇도로 식혀서 마셔야 하는 걸 꼭 알 필요는 없지요. 제대로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알아가는 건 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시다보면 더 좋은 맛을 찾기위해 저절로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이(숙)차처럼 편히 마시기 좋은 차가 없는 것 같습니다. 표일배에 적당량을 넣고 뜨거운 물만 부어서 마시면 되니까요. 한번 차를 넣으면 하루종일 마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오신 분들께 숙차를 드려보면 잘 마시는 분은 당첨입니다. 숙차 한 편에 표일배 하나를 드립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이 날 이후에 차를 마시게 되더라구요.
어떤 취미라도 시작하게 되는 계기는 아주 단순하지요. 저를 만나서 차를 마시기 시작하는 분들도 제가 내는 차를 잘 마셨기 때문입니다. 또 숙차와 표일배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부담없고 마시기도 편하니 나누기도 좋습니다. 예민한 분도 늦은 밤에 마셔도 속이 편하며 수면에도 지장이 없으니 그만입니다. 싸고 좋은 건 없다지만 비싸게 더 좋은 걸 마실 수도 있지요.
차 마시기를 나혼자 즐기기보다 주변에 두루 나눌 수 있는 차, 마시기 편하니 어려워 하지않고 보리차처럼 마실 수 있는 차, 의미만 더하면 그 어떤 차보다 더 귀한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차, 숙차를 나누면서 제가 얻는 무량한 茶緣의 공덕을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차를 마시고 나누면서 차를 마시며 얻는 행복을 전하고자 합니다. 차 한 잔에 담긴 행복을 아는 여러분께 잘 익은 숙차 한 잔 올립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