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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091215
숙차 한 잔의 건배
올해도 차가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은 다만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차가 매개체가 되는 삶이었기에 그나마 웃음을 잃지 않고 지낼 수 있었지요.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제게는 고통을 이겨내는 수행 그 자체입니다.
제가 하는 일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가 고행으로 지내는 수행자같습니다.
제 직업을 가진 이들은 모두 하루가 일년같고 일년이 하루같다고 합니다.
시간은 더디 흐르는데 돈을 만들어야 하는 날은 어찌 그렇게 빨리 돌아 오는지...
이런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삶을 풀어나가는 건 이겨낼 수 없는 고행같습니다.
저 산 속에 무문관에 들어 수행하는 이나 해결책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가 다를 바 없지요.
그래서 저는 이들과 차를 나눕니다.
차 한 잔에 고통을 섞고 눈물도 타고 분노도 더해집니다.
그래서 쓰고 짜고 떫은지 모릅니다.
차맛이 곧 삶의 맛이라면 쓴맛은 돌아와서 단맛이 됩니다.
짠맛이 숨어있듯 가끔 남자들도 혼자서 울어야 합니다.
떫은 맛을 이겨내야 차맛을 받아들이게 되듯 분노도 삼켜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단맛이 좋은 숙차를 찾는지 모릅니다.
쓴맛 뒤의 단맛이 아니라 입안에서 바로 느껴지는 그 첨미甛味를 좋아하지요.
기다리며 음미하듯 마시지 않고 큰 잔에 가득 부어 다가오는 넉넉한 맛입니다.
오늘도 달콤하게 다가오는 숙차를 마시며 달콤한 삶을 만듭니다.
쓴맛도 짠맛도 떫은맛도 이겨낼 수 있는 그 달콤함이 주는 행복입니다.
무문관 고행을 이겨내고 있는 동지들이여 제가 내는 숙차 한 잔으로 건배를~~~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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