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한 잔 합시다

무설자 2009. 10. 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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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달빛을 보고 울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달 가는 소리를 듣고도
옥토끼와 놀지를 못하십니까?



달빛을 모아 빻은 가루는
은하수를 만들고

계수나무 꺾어다가 태운 나무
별똥 되어 쏟아집니다.


상현의 달빛은
투명 볼 빛 상기되고
나도 몰래 부푼 가슴
부여잡기 애가 타고

하현의 달빛은 그믐날
맞을 준비 바쁘기만 합니다.



달이 가고
구름 가고
나도 가는 이 한밤...

이 밤을 새자고
그리 애원하는데도

들은 척도 않고 가는 저 달빛은
야속하기만 합니다.

- 소 천 -

------------------------------------------

우리는 세상을 삽니다.
우리의 삶이나 달빛이나
원치 않아도 결국은
닮았고 닮아갑니다.

가슴이 시려지는
가을날의 순간순간들...

이 한밤의 1분 1초가
인생을 더욱더 진하게만 합니다.

- 이번 주에는 가을밤을 많이 보는 시간이 되십시오!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0701

한 잔 합시다

  

 

 

뜬금없이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퇴근 시간을 앞두고 쏘주 한 잔 어떠냐는...

하루 앞이 아닌 바로 지금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제 방에 큰 유리창 밖이 캄캄해지면서 내 얼굴이 비치는 시간이었지요.

불현듯 누구와 함께 이야길 나누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그와 저녁시간을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 제가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가야할 길의 선택에 제게 큰 도움을 주셨던 선배님입니다.

그 분과 처음으로 저녁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숙차를 한편 들고 첫 만남의 장도(?)에 나섰지요.

이제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 차 한 편을 준비하는 건 버릇입니다.

차 이야기만으로도 제가 할 얘기는 충분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도 충분하고... 

 

늘 마음에 담고 있는 분이라서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이 늘 그랬던 것처럼...

같은 업종이라 사는 얘길 물을 필요도 없고 속내가 풀어져 나옵니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는 사람을 아끼고...

 

그와의 공통분모는 같은 직업에다 문학을 좋아하는 점입니다.

제 글이 글에다 마음을 풀어놓는다면 그는 마음이 글이 되어 나옵니다.

그래서 제 글은 여러 사람이 좋아하고 그의 글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지요.

 

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커피를 너무 좋아했던 그가 이제는 커피를 끊어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집에서는 보이차를 드신다고 하네요.

 

아직 홍차를 만드는 잎이 녹차와는 다르다고 아는 분입니다.

그가 차를 마시면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도록 도와드려야겠습니다.

물론 저도 그를 통해 깊고 진하게 사는 삶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차 한 잔, 술 한 잔....한 잔 하는 것이 꼭 필요한 세상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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