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간호사의 이야기
대학교 4학년 때 암 병동으로 간호사 실습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은 소아 병동이었지요.
무서운 암과 싸우는 환자 중에 유난히 눈이 동그랗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섯 살 된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지혜야, 언니가 동화책 읽어줄까?"
"......"
"그럼 지혜가 언니한테 노래하나 불러줄래?"
"......"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별 반응이 없는 아이였습니다.
지혜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습니다.
지혜 엄마는 새로 시집을 갔고, 아빠는 중동으로 떠나는 바람에
병실에 찾아오는 사람은 나이 드신 할머니 한 분 뿐이었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할머니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대주던 병원비는
할머니가 쓰러지는 바람에 끊기게 되었고
할머니는 지혜를 보러 오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병원장이 지원하던 보조금조차
원장이 바뀌는 바람에 더 이상 지급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 몇 간호사들과 의사들이 퇴원을 앞둔 지혜를 위해
병실에서 조그만 송별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선물다운 선물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꾀를 내었습니다.
"지혜야, 여기 백 원짜리, 천 원짜리, 만 원짜리 중에..
네가 가장 가지고 싶은 걸 하나 뽑아봐..."
그러자 주저하지 않고 백 원짜리 동전을
집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혜야, 아직 어떤 게 큰지 모르는가 보구나.
이중에는 만 원짜리가 제일 좋은 거야.
동전 대신에 이걸로 가지려무나." 라고 말하자
"저는 이 동그란 백 원짜리가 제일 좋아요
백 원짜리는 멀리 있는 우리 엄마와
얘기 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자 병실 안에 있던 모두가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더군요.
차마 지혜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 이기철*옮김 -
부모님의 목소리
부모님의 품
부모님의 잔소리
억만금의 돈으로도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 소중한 것을 지키세요.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1001
차 마시고 얘기하고 그 얘기로 무엇인가 이뤄지고
방학 중에 한 달을 현장실습을 한 학생이 명절 앞이라고 음료수를 한 통 들고 찾아 왔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현장 체험을 하면서 배운 게 있었나 봅니다.
요즘 학생들은 이런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친구들이 드문데 참 기특합니다.
실습을 마친 기념으로 표일배와 숙차를 선물 했었습니다.
고맙다고 하면서 받아갔지만 과연 차를 마실까 물음표를 달았었지요.
실습을 하면서도 차를 잘 안 마시기에....ㅎ
그런데 의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건축학과는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게되기에 물 마시는 것 삼아서 차를 마시라고 했지요.
그렇게 표일배로 차를 마시니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잔을 내민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몇몇이 종이 컵으로 마시더니 이제는 머그컵을 사서 모인다고 합니다.
그 장면이 눈에 떠 오릅니다.
아이들에게는 맛이 없을 보이차를 마신다니 기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별 맛이 없는 보이차를 아이들이 왜 마실까요?
처음에는 한번 마셔보라며 나누어 주었을 것이고 보이차라고 하니 호기심에서 잔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 중에 스스로 달라고 잔을 내미는 학생들은 이제 차맛을 알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 학생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차를 마시는 아이들과 학과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해 보라고.
그리고 그 일을 앞에서 이끌어 보면 어떠냐고.
차를 같이 마시면 좋은 일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혼자 마셔도 좋지만 함께 마시면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피 끓는 청춘들이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을 얘기하고 그 결과를 만드는 상상을 해봅니다.
다시 그 학생이 오면 다른 차를 나눠줘야겠습니다.
그 주변의 아이들이 더 많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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