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茶緣-50년 진기 흑전차

무설자 2009. 10. 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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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茶        緣

진기 50년의 흑차

 

 

 

 

차를 마신지 30여 년이 되어가나 봅니다

작고하신 원광스님의 인연으로 차를 알게되어 뜨거운 물만 부어 마시기 시작했지요

결혼 선물로 다관을 지니게 되어 죽로다원에서 녹차를 구해서 다반사로 그냥 마셨습니다

 

조선시대의 문인 이목은 차를 마시면 여섯가지 덕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오래 살게 하며, 병을 낫게 하고 기운을 맑게 합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신선과 같게 하며 예의롭게 한다하지요

 

저는 여기에다 좋은 벗을 얻게 한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온라인의 도움을 받아 차를 본격적으로 마시게되면서 수많은 다우를 알게 되었습니다

거리와 시간, 남녀노소 직업을 가리지않고 맺어지는 인연에 제 삶의 너비와 깊이는 더 넓고 깊어졌습니다

 

차 중에서 보이차를 마신다는 것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한다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차를 마신다는 행위 이외에 차를 모은다는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藏茶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른 차들은 차를 개봉하지 않더라도 일년, 길어도 이년 안에 마셔야합니다

향이나 맛의 변화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많은 종류의 차보다는 향미가 좋은 몇 가지를 깊이있게 즐기는 것이 현명합니다

 

하지만 보이차는 월진월향이라고 해서 차와 세월이 함께 할수록 더 좋지요

그러다보니 많은 종류에다 오래된 차가 많아야한다는 재산증식의 의미가 더해집니다

그래서 보이차를 마시게 되면 오래된 차를 마시고 소장하는 것이 매우 큰 일입니다

 

99%가 가짜라는 진년차-노차는 돈을 주고 산다고해도 제대로 된 차를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노차만 다 모아도 전 세계의 노차 양보다 많을 것이라고 하지요

대부분의 노차들이 소위 작업을 거친 짝퉁이라고 보아야 한답니다

 

그래서 노차는 인연이 닿아야 마실 수 있고 소장할 수도 있다고 하지요

가지지는 못해도 제대로 된 차를 한번 마실 수만 있어도 큰 복이라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해야 그런 복을 누릴 수 있을까요?

 

 

 

제가 노차와 인연이 닿은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저만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글을 자주 올리고 가능한 읽은 글이나 제 글에 댓글을 주시는 분께 답글을 다는 공덕입니다

 

이제 그 공덕을 결과를 보겠습니다

 

이 세 가지 차들은 흑차 종류인 복전과 금첨입니다

60년대 흑차, 70년대 복전, 80년대 금첨이지요

다 돈을 주고 사려고해도 가격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차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차입니다

보통 흑차류는 줄기도 많이 들어있는 거친 차입니다

그런데 이 차는 줄기가 거의 보이지 않아 흑차 중에서도 보기 드문 모양입니다

진기를 추정하는 장치로 측정해보니 연수가 50년 가까이 된 걸로 나왔다고 합니다

 

70년대 복전입니다

앞의 전차에 비하면 아주 거친 복전의 전형적인 차입니다

진향을 기분좋게 느낄 수 있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80년대 금첨입니다

흑차 중에서도 아주 거친 차입니다

다구에 우리기가 민망할 정도로 엽저가 볼품이 없지만 차맛은 제법이랍니다

 

차를 주신 분이 해괴용 차칼까지 주셨습니다

손에 넣고 차를 해괴할 때 아주 좋습니다

칼집까지 있어서 품위가 있지요

 

진기 50년의 흑전을 세차하고 난 뒤입니다

세월따라 잎도 검게 변해서 마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보입니다

사천성이나 호남성에서 주로 나오는 흑차는 대엽종인 보이차에 비해서 잎이 작고 얇습니다

 

 

훅차류에서 이런 탕색을 본 분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흑차 특유의 향이 거의 느껴지지않고 맛에서도 아주 담백하면서 단맛이 독특합니다

엽저와 비교를 해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엽저를 자세히보면 어떻게 이 잎에서 차가 우려나오는지 의심이 될 정도입니다

잎이 두터운 보이차에 비해 두께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말라버린 잎에서 10탕까지 나오니 진년차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잡내나 떫은 맛을 완전히 벗어버린 50년 진기의 궁극을 알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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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한 차를 소장하고 마실 수 있으니 차를 마시면서 늘 큰 복 속에서 살고 있음을 감읍해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건축설계임을 아신 모 카페의 카페지기님이 방문 청을 해오셨습니다

몇 번이고 쪽지를 통해 연락을 해 오셨기에 그 곳으로 갈일이 생겨서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늘 글로써 주고받은 정이 있어서인지 오랜 지기처럼 편해지더군요

그 분은 차를 마시고 중국을 드나든지 오래여서 귀한 차, 특히 흑차류를 많이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직업도 저와 같은 분야인지라 특별한 정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카페에 꾸준히 글을 올린다는 상으로 아직 접근하지 못했던 흑차를 종류별로 챙겨 주시더군요

그 뒤에 틈틈히 찾아 뵐 때마다 귀한 흑차를 나누어 주십니다

그 차들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아직 차는 잘 모르지만 차를 좋아하고 차로 나누는 인연의 이야기를 써서 올립니다

차보다 사람, 차맛보다 나누는 정이 더 소중함을 두루 나눕니다

인연 지어서 만나는 차는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차와는 다르지요

 

돈에 맞춘 차는 결국 기대치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내 돈은 귀하고 받는 차는 늘 부족하지요

그렇지만 인연으로 만나는 차는 늘 고맙고 귀한 차입니다

 

정이 없으면 멀어지는 온라인의 만남,

모자라는 글이지만 자주 글로 삶을 나누고 읽을 수 있는 소중한 글에 댓글로 감사함을 나누십시오

그 공덕으로 만날 수 있는 차는 정말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제가 태어날 때 만들어진 특별한 차를 마시면서 도타운 인연의 맛을 음미합니다

인연이 가미된 맛과 향이 그윽한  차 한 잔 올립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