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차 시음기
운보연 고수(생)차, '09월향 시음기
향기는 마음으로 마시고...
기다림은 보이차를 마시는 지루함일 수도 있고 즐거움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올해는 가뭄으로 우리나라도 유기농 차나 운남의 고수차는 찻잎이 더디게 나왔다지요
거기다가 운보연의 정성이 더해져서 차를 기다리는 이보다 만드는 이가 더 속이 태웠다고 합니다
좋은 차를 아는 이들은 이런 기다림은 어쩌면 제대로 만든 차를 알고 마시는 특권으로 여길지 모릅니다
대지의 양분을 수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물기가 모자라니 차잎이 나오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그렇게 만들어진 찻잎을 따서 모차를 만드니 만드는 이들도 정성을 더하는 건 당연할듯 싶습니다
차를 地乳라고 하더군요
땅에 뿌리를 내려 우리에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되는 식물이 귀하지 않는 게 없겠지요
그 중에 특히 차를 귀하게 여겨왔으니 차를 가까이 하는 이들은 그 의미를 마실 때마다 새겨 볼 것입니다
이런 의미를 두고 차를 살펴보면 만드는 이나 마시는 이나 상업성에 치우친 차들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차잎이 나오면서부터 받는 그날까지 경과를 보고하듯 일러주시니 운보연 차는 늘 그 귀함을 함께 나눕니다
그 중에서 특히 월향은 그 양이 적다고 하니 차를 대함이 조심스럽습니다
작년에는 확기적으로 한글로 포장지를 만드는 대범함을 보여주시더니 올해는 한발 후퇴(?)하셨습니다 ㅎㅎㅎ
다소 고전적인 포장지라 창작하는 일을 하는 제게는 좀 실망(?) 스럽군요 ^^
내년 포장지는 디자인을 공모 해보시는 건 어떨지요?
세월이 지나 명품 운보연 차가 더 많은 양으로 유통됨을 방지를 위한 홀로그램스티커가 그 품위를 더해줍니다
내용물만큼 옷을 잘 입히는 것도 중요다고 봅니다
운보연을 아끼는 분들은 이런 겉모습을 내용물의 자신감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 옷을 벗겨 알몸을 살펴봅니다
가장자리가 가지런해서 차를 살피는 이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기계로 병을 찍은 차들은 가장자리가 부스러져서 차를 만나는 기쁨을 반감시키기도 합니다
어렵사리 딴 잎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제 모습을 보이게 하는 건 찻잎에 대한 예의겠지요?
귀한 차를 만드는 수고를 덜기 위해 기계로 빨리 찍어내기 위해 뭉게버린 병면은 참 안타깝지요
이 찻잎을 한잎한잎 풀어내어 차를 우려야 할 것입니다
물론 오래 보관해서 마실 차들은 철병처럼 긴압이 단단할수록 익은 후의 맛이 훨씬 좋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뭉게지다시피 눌러진 병면은 찻잎을 우리는게 아니라 부순 차덩어리에서 뽑아내는 것이지요
차를 우리는 맛에서 훨씬 즐거움이 덜합니다
120cc 개완에 우리기 위해서 3g을 풀어냈습니다
보통 때는 저울을 쓰지 않지만 시음기를 쓰기 위해...^^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기에 딱 좋은 작은 차판에 늘 쓰는 소박한 다구로 마셔봅니다
찻물을 붓고 간단세차 후 첫포를 뽑으니 차향이 코를 간지럽힙니다
샘플모차와는 향이 다르군요
궂이 표현을 하지면 모차향은 넓게~~~긴압된 차는 깊게~~~라고 할까요?
탕색은 여느 차와 크게 다르지 않지요...
사무실 부처임께 올리는 공양배에 한 잔을 따뤘습니다
찻잔에 늘 담겨져 있는 난꽃이 향기에 젖습니다
이 향기가 난향인가? ㅎㅎㅎ^^
제 맘대로 만든 불단에 한잔 올렸습니다
후면 불화는 늘 웃는 부처님에 석굴암 10대 제자를 그린 한승구 화백의 그림엽서입니다
운남 보이차잎도 살짝 보이시지요?
제가 마실 잔에 한 잔 부었습니다
맛은 어떻냐구요?
전번에 차를 만드는 스님 한 분이 이런 차라면 우리 녹차가 팔리겠느냐고 하시더군요
입에 머금었을 때 입 안에 그득하게 차는 풍부한 맛,
후루룩 입맛을 다시면 입 안에서 코로 느껴지는 차향...
목넘김에서 적당하게 다가오는 고삽미가 회감을 가져옵니다
월향은 다른 차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이 묘한 향에서 생차를 마시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호에 한번 넣으면 하루만에는 다 마시지 못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이틀, 사흘을 두고 즐깁니다
한 편이면 일년이 즐겁겠지요?
또 한 잔은 오늘은 제 앞에 아무도 없어서 다우님께 드리려고 준비했습니다
차도 술도 혼자 마시기보다 대작을 하는 게 좋더군요
혼자 마시는 차가 젤이라고도 하더이다만...ㅎㅎㅎ
자리는 비었지만 같이 앉고 싶은 이는 많답니다
그분들을 마음 속에 그리면서 한 잔 권해봅니다
이 차가 이제는 사고싶어도 못 사는 운보연 월향이 올시다 ㅎㅎㅎ^^
이 계란 노른자같은 탕색은 웬일이냐구요?
차 잎에 든 색을 한번 뽑아내 보려고 한참 시간을 두었다가 짜게 내보았습니다
아주 진한 탕이지만 마시기에 큰 부담이 없으니 이게 좋은 차 아닐까요?
차를 마신 후의 엽저를 봅니다
고수분들은 엽저만 보고도 병배를 했는지 같은 지역의 잎을 썼는지 잘 알더니만...저는 그냥 봅니다
이번에 바람의 꿈님을 뵈면 구별하는 노하우가 있는지 배워볼 요량입니다
이렇게 좁은 테이블에서 회의를 하지만 차판이 없으면 안 됩니다
이 분들께도 차전도를 했습니다
금돼지 옆에 표일배와 숙타차, 운보연 장품 소병이 보이시지요?
월향과 장품 소병을 같이 봅니다
제게는 장품이 아니라 전도품입니다 ㅎㅎㅎ
장품이 좋은 가격이라 특별히 바람의 꿈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항상 숙차만 마셔서 전하는 것도 숙차였는데 이제는 고수차를 마시니 고수차도 나눠보려구요
귀찮은 작업인데도 이렇게 예쁘게 찍어서 보내오셨습니다
차를 나누는 일, 주변에 차 마시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저의 기쁨도 커집니다
운보연 고수차,
차도, 차를 만드는 사람도, 그 차를 마시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차입니다
그렇게 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빕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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