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새벽편지에서 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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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0902
0 순위의 친구
저는 술을 거의 잘 마시지 않는 편입니다.
한 달에 한 두 번이나 마실까요?
술을 꼭 마셔야 하는 자리가 아니고는 제가 술을 필요로해서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꽤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만 그 날은 정말 술을 마시고 싶었습니다.
아니 술이 마시고 싶었다기보다는 마음 편한 누군가와 술자리가 필요했던 것이지요.
전에 없던 자리를 만드려고 '그 누군가'를 떠 올려보았습니다.
문득 떠 오르는 분이 있었습니다.
친 형처럼 지내는 분이었지만 저를 아우로 대하시지만 어렵게 대해 주시기에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하지만 이미 퇴근시간이 가까운 때였는지라 시간을 내실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전화를 드리고 시간이 괜찮은가 여쭈니 5분 후에 전화를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전화가 와서 약속장소를 정하고 술을 한 잔 했습니다.
전에 없던 술 한 잔을 청하는 전화에 선약을 미루고 시간을 내셨던 것이었습니다.
그 선약이 어떤 자리였는지 여쭙지 않았지만 저를 먼저 생각해주는 형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런 자리를 다시는 만들지 않았지만 그런 벗을 둘 수 있음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어떤 누구에게 영순위가 될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습니다.
친구가 많은 사람도 있고 아예 없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도 나를 생각할까요?
일 없이 전화하고 차 한 잔 나누면서 삶의 무게를 자주 덜어낼 수 있는 친구를 생각합니다.
주변에 마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사람은 친구가 많습니다.
특별한 일을 만들어야 사람을 만나는 이는 그를 친구로 여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차 한 잔 주고 받으며 일없이 만나는 그가 0순위의 친구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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