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차 시음기
이 맛이 녹차 그대로의 맛일까?
-다송 '09 지리산 야생녹차-
이런 차를 만난다는 건 그야말로 인연이라고 해야지요
차를 만드신 분이 이 차의 가격을 매긴다면...이라고 건넨 금액이 너무나 높기 때문입니다
아직 차를 잘 몰라서 그렇겠지만 이렇게 나누어받지 못했다면 마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시음기 공모에 글을 올려 그 賞으로 받아 황송스럽게도 마실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채다가 쉽지않은 야생차이기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차인데다 '製茶'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 만든 차입니다
이런 차를 감히 제가 평할 수는 없고 그저 제가 느낀 감상문을 한번 써 본다고 할까요?
야생 녹차에다 발효차까지 덤으로 보내 주셨네요
귀한 차의 시음이기에 잘 쓰지 않는 우리 다기를 꺼냈습니다
지퍼백으로 만든 포장지에 담겨 차를 보관하기가 참 좋습니다
저는 녹차를 마실 양을 덜어낸 뒤에 냉장고에 보관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는 분도 있더군요
발효차는 그럴 필요가 없지요...상온에 두고 마십니다
오늘 야생녹차를 마시는데 쓸 다관과 찻잔입니다
우리 다기는 오랜만에 꺼내 씁니다
이 다기는 문경의 '대승요'에서 구운 그릇인데 모 카페의 카페지기님이 선물을 하신 것입니다
야생녹차 3g입니다
한 2g정도면 될 듯한데 제대로 맛을 보고자 양을 좀 더했습니다
엽의 색이 아주 짙은 녹색입니다
중국 다구의 편리함과 좁은 차판에 놓기가 쉬워서 늘 개완이나 자사호를 쓰는 바람에 책장 한켠에 놓여있다가 오늘 빛을 발합니다
문경의 대승요는 사찰에서 그릇을 만드는 곳인데 투박한 우리 그릇의 손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열탕을 숙우에 받아 그릇을 데우고 다시 뜨거운 물을 받아 식힙니다
다관에 든 찻잎입니다
저 마른 찻잎이 뜨거운 물을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향과 맛의 어우러짐을 우리는 즐기지요
야생 녹차는 어떤 하모니를 연출할까요?
녹차 마시기를 사진으로 보여주기가 어려운 것이 이 맑은 탕색을 똑딱이로 연출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숙우에 부은 첫 탕입니다
아직 채 우려나지 않는 탕색도 그러하지만 향은 풋풋한 지리산의 봄을 전합니다
한 잔은 내 잔이요, 또 다른 잔은 아내의 잔...
잔받침이 없는 저 잔은 누구의 잔인고? ....
바로 우리 집 강아지 다몽이의 잔입니다^^
잔에 든 차탕의 색깔이 느껴지십니까?
덖은 차임에도 고소한 맛은 아예 없고 풋풋한 찻잎 고유의 향과 미묘한 과실향이 살짝 전해집니다
아마 이 묘한 향은 마시는 분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습니다
이제 두번째 탕은 다관에서 바로 잔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우립니다
첫탕은 숙우에 한번에 부어 나누었고 이번에는 잔에다 세번을 나누어 농도를 맞추었습니다
마지막 잔이 아내의 잔입니다...^^
두번 째 탕은 맛이 제대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주 고운 쓴 맛이 매력적입니다
무거운 맛은 아마도 야생차의 성분이 많아서 그럴까요?
다섯 번을 우렸습니다
보통 녹차보다 내포성이 좋은 것 같네요
엽저를 유리 개완에 넣어서 물을 부어 보았습니다
짙은 녹색에다 씹어보니 질깁니다
지리산 정기를 흠뻑 담긴 이 차는 혼자서는 마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 두고 귀한 분이 올 때마다 마시다보니 26g을 받아 이제 10g정도 남았습니다
네 분 정도께 이 맛을 전할 수 있겠네요^^
누가 이 행운의 주인공이 될까요?
생일 선물로 받은 법정스님의 수상록'아름다운 마무리'입니다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 귀한 차를 자꾸 자꾸 마시고 싶지만 아마도 그 유혹에서 빨리 자유로워져야겠지요
지리산 야생수제녹차...
올 봄을 마무리하는 귀한 선물 고맙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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