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수여좌, 그 글 앞에서

무설자 2009. 4. 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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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이야기 0927

誰  與  坐

 

 

 

 

 

오늘도 귀한 차 손님이 오셨습니다. 고등학교 동기이자 미래의 사업 파트너이기도 한 친구입니다. 아직 서로의 일이 익지 않아서 마음만 다지고 있는 사이입니다. 저는 숫기가 별로 없어 차 한 잔을 매개로 내근 스타일로 사업을 하지만 그 친구는 전국을 누비며 일을 만드는 스타일이지요. 사실 성격이 비슷하면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일에 있어서는 공통분모가 적을수록 파트너 쉽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분야에서는 책임을 져야하는 엄중함이 서로에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와 저는 아주 환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 서로 믿습니다. 그 친구와 제가 서로 한 솥밥을 먹기 위해서는 규모가 좀 큰 일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일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 일을 준비하느라 바쁜 친구가 오랜만에 사무실을 찾은 이유는 제게 둘이 하나되는 의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랍니다

 

제게 부족한 것이 그 친구에게 있는 반면에 하찮은 것이지만 제가 그 친구에게 채워줄 것도 있나봅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誰與坐'의 의미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더불어 앉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다르더라도 같아야 하는 하나가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경우에서 마주 앉습니다. 계약 상 갑을 관계로, 자문을 구하고 답해주는 사이로, 가볍게 차 한 잔 하면서 한담을 나누는 자리로... 어떤 자리이던 그 자리에는 내가 있고 상대방이 있습니다. 그 '나'는 서로의 입장에서 내가 됩니다. 그가 나이고 내가 그이지요. 그러면 그 자리의 분위기는 내가 만드는 것이니 항상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는 지금 중요한 일의 결정을 앞두고 매일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 기도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있고 나를 돌아보는 기도가 있지요.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도는 한시적이지만 나를 돌아보는 기도는 큰 모습의 자신이 되기 위한 것이니 끝이 없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쪽으로 변화되는 사람과는 같이 앉을 때마다 신선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맑게 흐르는 개울물처럼 그의 앞에 앉으면 신선함이 넘칩니다. 그래서 그와의 만남은 새 사람을 만나는 기대감으로 설레이기까지 하지요.

 

그런 내가 되고 싶다고 친구에게 말하며 그런 점만 하나되면 된다고 했습니다. 어제의 내가 아닌 늘 새롭게 태어나는 나'와 앉고 싶습니다. 그에게 그런 기도를 하길 주문했습니다

 

수여좌誰與坐,

오늘도 여러 사람과 차를 마셨습니다. 그 분들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고 하루를 돌이켜 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