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혜민차창 '03년 숙차 시음기

무설자 2008. 11. 3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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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차시음기

혜민차창 '03년 숙차

 

 

이제 찬 바람이 제법 느껴집니다.

晩秋...立冬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는 것이 아니라 가을 속에 겨울이 자라납니다.

 

제대로 차를 즐길 계절이지요.

물론 일년내내 밥보다 더 차를 즐기는 신세(?)이긴 하지만 뜨거운 차는 아무래도 찬바람이 불 때 제맛이 나는 것이지요.

이런저런 차에 대한 雜說을 올리다보니 제가 차를 좀 아는줄 알고 이렇게 시음을 해보고 평을 해보라며 차를 곤명에서 보내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차에 대해 평을 할 정도는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숙차에 대해서는 무슨 이야기라도 써서 올려야되는 것처럼 사명감(?)을 가집니다.

우습지만 지난 4년정도 부지런히 숙차에 대해 글을 올린 덕분인지 이제는 인터넷에서 숙차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보람이라면 자화자찬, 착각이겠지요.

그래서 숙차에 대해서만 시음의 느낌을 옮겨보겠습니다.

 

이번에 곤명에서 날아온 샘플차들...이 중에서 '?' 표시를 한 차도 있었는데...

그 차를 같이 마셔본 분들의 평은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어떤 차인지 감은 대강오지만 좋은 차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번에 온 차 중에서 숙차는 '90년 숙산차와 '04년 차토우, '03년 혜민차창 숙차입니다.

'90년 숙산차는 진기는 대단하지만 이미 목질화된 엽저를 보면 평할 가치가 없을 것 같습니다.

'03년 혜민차창의 숙차는 요즘 진년 숙차의 농향의 맛에 빠져있는 제게 아주 흥미를 더해줍니다.

 

'93, '96, '98년도 숙차라면 진년숙차라고 할만한데 그 맛을 느끼게 해주는 '03 혜민차창 숙차를 소개합니다.

조수악퇴에 의한 초기숙차와 발효균을 투입하는 요즘 경발효숙차는  그 맛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저는 숙차를 진한 농향 때문에 마시는데 경발효 숙차는 숙향숙미가 거의 없지만 입에 꽉 담기는 맛이 부족한데다 떫은 맛 때문에 거부감이 차 마시기를 꺼리게 합니다.

 

이제 오늘의 주인공인 '03 혜민차창 숙차를 마셔 볼까요?

차를 보내주시는 분은 이렇게 한(漢)지에 쌉니다.

보통은 비닐지퍼백을 많이 이용하는데 차에 쏱는 정성이 대단하시지요?

 

 

개완이 작아서 3g만 넣었습니다.

긴압이 아주 단단하게 된 전차입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도 찻물이 우려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첫탕은 아직 제대로 풀리지않아서 그런지 생차노차의 탕을 보는 것 같지요. 아주 맑은데다 색깔도 좋습니다.

입안에 머금으니 잡미도 없고 단맛이 기분좋게 입안에 감돌면서 목넘김도 부드러워서 첫 느낌은 무척 좋습니다.

제대로 차가 풀리면서 90년도 차에서 느끼는 농향의 숙차맛을 보여준다면 좋은 차를 하나 건질 것 같은데요.

 

 가까이서 잡아보았습니다. 제대로 색이 나오지요?

 

 

 

 이제 제대로 풀리면서 숙차의 제맛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직 진득하다는 표현은 무리지만 경발효가 아닌 진년숙차의 기본기를 충분히 보여줍니다.

차를 조금더 넣을 걸...하는 후회가 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5탕입니다. 차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입안에 꽉 차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느낌이 좋습니다.

 

 

이제 열번을 내었습니다.

시간을 좀 더 두었더니 여전히 좋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엽저를 볼까요? 

 

 

정말 차를 잘 발효시키고 제대로 보관을 한 것이 드러납니다.

잎을 세게 쥐면 문드러지지만 살짝 만지면 괜찮을 정도입니다.

검게 탄화되거나 목질화되어 딱딱한 엽저는 거의 없습니다.

 

우려낸 차와 엽저를 나란히 두고 기념촬영입니다.

농향의 진년숙차 고유의 맛과 향을 드러내면서 잘 보관된 이력을 보여주는 엽저입니다.

가격만 착하다면 좋은 차라고 소개하는데는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정도의 숙차라면 진기대비 가격은 착할 것 같기도 한데요.

05년 경발효 숙차와는 개념이 다른 차로 보아집니다.

단점? 글쎄요. 제게는 이 차를 탓할 단점을 궂이 얘기하자면 고미가 너무 없다고 할까요?

어차피 숙차에서 회감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면 A학점을 주고 싶습니다.

 

맛이 궁금하시지요?

제게 이 차를 보낸 이유는 좋은 차라면 판매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만약 판매를 한다면 구매를 하셔도 좋을듯합니다.

무설자를 신뢰하시는 분만이요....

 

 

08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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