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참차와 거짓차

무설자 2009. 2. 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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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과 거짓말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이 제법 있다.
그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다.

어느 날 궁금증이 일어,
추기경님께서 몇 개 국어를 하시는지
주교관 식당에서 여쭈어 본 적이 있다.

추기경님께서
'당신은 두개의 언어를 잘하는데,
그 말이 무엇인지 맞추어 보라' 고 하셨다.

같이 식사를 하고 있던 국장 신부들이
저마다 추론하여 대답을 했다.

어느 신부님은
'추기경님께서 독일에서 유학을 하셨으니
독일어를 잘하실 것이고, 일제 강점기를 사셨으니
일본어를 잘하실 것 같다.' 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추기경님께서는
'아니다.' 라고 대답하셨다.

다른 신부님이
'추기경님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뵈었으니 영어와 독일어가 아니겠느냐' 고
추론하였지만 추기경님은 '아니다' 라고
대답을 하셨다.

스무고개를 하듯이
'영어와 일어', '독어와 우리 말',
심지어는 라틴어를 소신학교때부터 배우셨으니
'라틴어와 우리말' 이라고 까지 하였는데
'전부 틀렸다' 고 말씀하셨다.

더 이상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 같아서
'도대체 잘하시는 말이 무엇이냐' 고
여쭈어 보았다.

그러자 추기경님은 웃으시면서
'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그게 뭐냐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이야' 라고
대답하셨다.

모두가 공감하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명답이었다.
사람 누구나가 참말과 거짓말을 하고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 김수환 추기경의 유머와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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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김수환 추기경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이념과 정치와 종교를 떠나 우리 마음의
큰 어른을 잃은 마음은 아리기만 합니다.

그분께서 남긴 말은
"사랑한다. 사랑해라. 용서해라."

그리고 끝 날까지 안구기증으로
사랑을 실천한 당신의 사랑과 가르침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 당신의 인생은 참말입니다.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에세이 차이야기 090228

참차와 거짓차

 

 

 

 

 

제 사무실에서 대만에서 들여온 노차를 품차하고 있습니다. 노차를 잘 아는 제 차 선생님이 품차한 결론은 차를 가져온 분이 준 정보와는 상당히 다른 결론이 나왔습니다

 

차생활에 입문하는 분들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거짓차에 관한 내용일 겁니다. 차면 다 차지 참차와 거짓차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차를 샀는데 속았다고 하는 건 거짓차가 있다는 거지요.

 

거짓차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제값을 못하는 차를 말하는 것입니다. 마음 먹고 구입한 차가 지불한 값어치를 못한다면 그 실망감은 낭패에 가까울 겁니다. 가격을 알지 못한채 마시는 차는 그 기쁨도 순수하지만 가격이 매겨진 차는 그 맛에서 상대평가를 받습니다

 

그럼 참차는 어떤 차일까요? 우려지기 전에 얻은 정보만큼이거나 그 이상의 맛을 내는 차라고 표현해 봅니다. 차잎으로 만들었으면 다 차라서 차는 거짓이 없지만 그 차에 대해 부풀려지거나 만들어진 정보가 거짓차라는 오명을 씌웁니다.

 

특히 맛이나 향을 잘 분별하기 어려운 보이차에서 참차와 거짓차의 구분이 분분하지요. 차를 제공하는 이가 전하는 정보가 차를 구매하는 이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 차는 거짓차의 오명을 쓰게 됩니다. 더구나 의도적으로 나이를 속이기 위해 가공하는 공정을 더한 차는 말 그대로 거짓차입니다.

 

보이차를 마신 차력(茶歷)이 일천한 다인일수록 불안감이 더 하게 됩니다. 같은 차가 참차도 되고 거짓차도 되는 건 오로지 차에 대한 믿음 하나로 정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즐거워야 할 차생활을 힘들게 합니다.

 

차를 얼마나 알아야 안다고 말 할 수 있을까요? 보이차는 제법 오래 마신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차에 대해 아는 범위는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과 다름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차에 대해 아는체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기보다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는 게 좋겠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이가 마시는 차는 참차이고 차를 아는 체 하는 사람이 말하는 차는 거짓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어떨런지요? 마시기 위해 구하면 가까이에 참차가 있고 내세우기 위해 욕심으로 차를 찾다보면 거짓차가 내 손에 들어올지 모릅니다. 차를 아는 체 하는사람보다 차를 좋아하는 이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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