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18

집에 집이 없어야 하는 이유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4 집에 집이 없어야 하는 이유 자연은 견성정(見性情)의 대상이다. 그 대상 앞에서 집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까? 많은 시들은 집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감각적인 대상들을 즐겨 노래한다. “빈창에 눈보라 치고 촛불 그물거리는 밤 달빛에 걸러진 솔 그림자 지붕 머리에 어른댄다 밤 깊어 알괘라! 산바람 지나가는 줄 담 너머 서석 거리는 으스스 댓잎소리... “ (이우, 눈보라 치는 밤에) 놀랍게도 시 속에는 집이 없다. 시인도 자신의 집에 살았으련만, 그의 집은 온데간데없다. 존재는 있으되 그 모습은 온전하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있다면 창이나 툇마루나 정자, 지붕만이 정경 속에 묻혀 있을 뿐 집이나 바람, 구름, 달과 새와 함께 배경으로 존재한다. 집..

집 이전의 집, '우리집'이라는 사회성 /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8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8 집 이전의 집, '우리집'이라는 사회성 보통 휴일을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지내는 것일까? 한 주 동안 쌓인 먼지를 없애느라 집안 구석구석 털고 닦는 청소와 세탁 바구니에 가득 쌓여있는 빨랫감을 처리하는 게 우선 이리라. 그러고 나면 식구들이 기대하는 점심 식사가 주방에서 준비되느라 맛있는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친구를 초대해서 수다를 떨며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회포를 풀고 있는 집도 있겠다. 단독주택 설계를 계속하다 보니 요즘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휴일의 일상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아파트에서 지내는 일상은 다 그렇고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궁금해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평일에..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회 제3강,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 집짓기

2013년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시민건축대학 초청강연 제3강, 강연원고 세상에서 하나 뿐인 ‘우리집’ 짓기 도반건축사사무소 김 정 관 왜 집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 했을까?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행복할 수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인 옷과 밥, 집은 ‘만든다’라고 하지 않고 ‘짓는다’라고 쓴다. ‘짓다’라는 말을 어디에 쓰는지 사전에서 살펴보니 ‘사람의 의식주와 관련된 것을 재료를 들여 만든다.’라고 되어 있다. 하필이면 의식주와 관련된 것에 ‘짓는다’라고 쓰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또 ‘글’을 짓고 ‘약’을 짓고 ‘농사’를 짓는 것이니 ‘짓다’를 붙이는 목적어는 생활의 근본이 되는 의식주와 함께 정성을 다해서 해야 하는 일에 ‘짓다’를 붙여서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