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114

혹시 각방 쓰시나요?

各房각방을 사전에 찾아보았다. 저마다 따로 쓰는 방이라고 딱 나와 있다. 이 단어가 사전에 올라와 있는 게 생소했다. 용례를 찾아보니 ‘그들은 부부 관계마저 포기한 채 각방을 쓴 지 오래다.’라고 나와 있으니 '각방'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부부도 공식적으로는 방을 따로 쓰지는 않지만 아내가 내 옆에서 자지 않은지는 제법 되었다. 우리집 침대는 킹사이즈라서 셋이 누워도 될 크기인데 언제부턴가 불편하다며 아내는 거실로 잠자리를 옮겨 버렸다. 침대를 수면용(?)으로만 쓴 지 오래라서 별문제는 없지만 어쨌든 나와 아내는 잠자리를 따로 쓰고 있다. 각방 쓰시나요? 부부가 한 방을 쓰지 않고 따로 방을 쓰는 집이 많다고 한다. 우리 부부처럼 나이를 많이 먹은 경우에는 어쩌면 잠자리를 따로 쓰는..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마당

한 달에 두어 번은 우리집에 손주가 온다. 출가한 자식과 가까이 사는 건 노후의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심감하고 산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만 해주어도 다행인데 손주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집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녀를 주말마다 기다리니 주변에서 이런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라며 부러워한다. 손주가 우리집에 오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발코니이다. 우리집 발코니 한쪽에는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꽃이 피어나고 상추와 쑥갓, 아삭 고추도 자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독에는 아내가 담은 간장이 담겨 있어 우리집 장맛을 지켜간다. 손주가 다니러 오면 아장아장 오가며 꽃구경하는 걸 보는 재미도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에선 꿈도 못 꾸는 장면이다. 구..

우리집은 마땅히 이런 곳이어라

투명인간의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집이야말로 힘든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며,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타향에 살면서 힘들 때 집을 떠올리면 눈물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이가 들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건 어린 시절의 ‘우리집’에 대한 그리움이 주는 안식 효과일 터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집은 말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집을 영어로 번역하려면 Home과 House로 구분해야 한다. Home은 가정, House는 가옥으로 나누어지지만 우리말은 그냥 집으로 통칭해서 쓴다. 집이라는 말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건 분명 House가 아니라 Home일 것이다. ‘어떤 집’에 ..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집을 살펴라

풍수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타계했지만 유명한 지관이었던 손석우 씨가 썼던 터라는 풍수를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묘를 잘 쓰면 후손이 發福발복 해서 잘 살 수 있다고 하며 묘자리에만 관련시키는 건 풍수에 대한 편견이다. 터를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 지금도 풍수는 인테리어에 적용하는 등 주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래 풍수는 전통적인 지리 과학으로 도읍을 정하고 마을을 이루고 집을 지을 때에는 꼭 풍수를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지명도 풍수와 관련되어 있다고 하니 묘를 쓰는 음택 풍수보다 도시나 마을, 집을 짓는데 적용된 양택 풍수가 주를 이룬다. 살아서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양택인 집, 죽어서도 후손을 위해 음택인 묘를 잘 쓰려고 애쓰던 실용 학문이 풍수라고 볼 수 있..

인어공주와 왕자님의 사랑, 우리집에서만 얻어지는 행복

어제 집 짓기에 관해 문의해 보고 싶다는 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보고 있는데 후보 대지가 있어서 자문을 받아보고 구입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 집을 짓기 위한 절차나 공사비 등 제반 사항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원래는 이런 상담에도 비용을 받아야 하지만 설계 의뢰를 받기 위한 서비스로 무상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대지는 면적이 90㎡, 건폐율을 적용하면 한 층에 54㎡를 지을 수 있으니 협소주택으로 지을 조건이었다. 도로가 북동쪽에 있어서 햇볕을 집에 들이는 게 쉽지 않은 대지이다. 그분께 집을 지어서 살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부부가 의논을 잘해서 결정하라는 자문을 해드렸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집을 짓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