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114

이 시대의 한옥, 晳涇帥軒석경수헌 설계를 마무리하면서

석경수헌의 집터는 그림 같은 노송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남향으로 열려 있다. 서른 평 규모로 짓는 집에 300 평이 넘는 적지 않은 대지 면적이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도로에서 4미터 정도 높이에 평지가 조성되어 있어 올라오는 경로를 결정하는데 난관을 거쳐야 했다.  300 평의 대지에 서른 평으로 짓는 집, 대지는 넓고 집을 너무 작게 짓는 건 아닐까? 큰 집은 필요치 않다고 하면서 너무 넓은 대지를 구한 건 아닐까? 집을 서른 평으로 지으면 너무 좁은 게 아닐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대지를 찾아보면 마음에 꼭 드는 땅이 쉽사리 구해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집터를 구하는데 어떤 분은 십 년이 걸렸다고 하고 그나마 빨리 구했다고 하면 사오 년이다. 소위 물 좋고 정자 좋은 땅에 내 집을 짓는 건..

눈으로 보면 현대식 집, 살아보면 한옥인 집

눈으로 보면 현대식 집, 살아보면 한옥인 집 -식구들이 ‘우리집’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계단 홀 나의 설계 작업에서 계단은 각층 영역에서 개별 공간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식구들 간의 소통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이다. 계단은 기능으로 보면 층과 층을 이어주는 수직 통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계단이 위치하는 장소에 따라 디자인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요소로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주출입구와 하나 되는 홀과 연계되면 상징적인 공간을 연출하는데 크게 제 역할을 한다. 계단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와 다른 깊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 아파트는 아무리 큰 면적을 가졌다고 해도 공간감이 없는 평면적인 집일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은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층고를 조절해서 깊은 공간감을 줄 수 있다..

명지동 Balcony House 3 - 아파트와는 다르고 단독주택도 부럽지 않은 집

상가주택의 최상층에 들어가는 단독주택의 대지는 아래층 평면의 틀 안이된다. 출입구도 계단실과 E.V가 있는 쪽으로 정해져 있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많지만 아파트만큼 편리하고 단독주택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집이 되어야 한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마당이 없고 있는 것에서 다르다는 것을 금방 얘기할 수 있다. 집에서 안팎을 드나들며 생활할 수 있어야만 아파트를 떠날 이유가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Balcony House의 3층에 단독주택을 구성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바로 마당과 집 안의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건축주와 가족들은 그동안 살아온 대형 평수의 아파트보다 더 나은 생활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어야만 설계가 종료되지 않겠는가? 과연 건축주와 그의..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211014 복을 부르는 단독주택 아파트에 사는 삶이 외롭지 않다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들고 새벽은 더디게 밝아온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퇴근길은 저 멀리 하늘 끝에 석양이 깔린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사위四圍는 어둑어둑 해졌는데 아직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 많다. 저녁 무렵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은 잠 들 즈음이라야 발코니가 밝아진다. 잠 들 시간이라야 사람이 드는 집은 ‘빈집’이나 무엇이 다르랴. 바깥일이 없는 사람은 집에 머물지만 일 하러 나간 사람은 잠잘 시간이 되어야 숨어들 듯 들어온다. 아파트가 집이 되어버린 이후부터 우리는 외로움을 숙명인양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식도 집 떠나면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 되어 버리니 아파트는 외로움을 부르는 원흉..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1 - 외부공간 중심으로

단독주택 晳涇帥軒, 집의 얼개 1 - 외부공간 중심으로 300 평이 넘는 땅을 구했지만 집은 스무 평 남짓으로 소박하게 지어서 살겠다는 게 건축주의 뜻이었다. 우리 조상님들도 너무 큰 집에서 살면 그 기운에 사람이 눌린다고 하셨다. 처칠은 사람이 집을 짓지만 나중에는 그 집이 사람을 바꾸어간다고 했으니 집은 규모나 모양새보다 어떤 삶을 담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삼대가 한 집에서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손주와 조부모가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건 예전에는 흔한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대가족 가정이 이제 핵가족을 지나 일인 세대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건축주는 ‘우리 부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는 명제를 들고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