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403

고찰순례길, 내소사로 가는 순례 버스 안에서 차를 마시다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46 고찰 순례길, 내소사로 가는 순례 버스 안에서 차를 마시다 꿈꾸듯 바라는 일이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먹은 대로 혼자 어디론가 떠날 수 있길 꿈꾼다. 한 가지만 두 가지만... 이렇게 내려놓으려니 지닌 게 너무 많아서 꿈만 꾸는지 모른다. 주변에 혼자 하루, 이틀, 혹은 여러 날을 잡아 툴툴 털고 떠나는 이들이 없는 게 아닐 터이다. 그분들은 나처럼 일상에 묶인 게 없어서 그렇게 떠날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은 나에게 말하길 떠나면 그뿐 일 텐데 스스로 일에 매여 산다고 한다 혼자서 떠나는 연습이 부족한 나는 이렇게 여럿이 가는 길에 항상 동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짜인 단체 여행 일정에 서둘러 돌아 나오며 되뇐다. 다음에는 꼭 단출하게 와서 내가 필요한 시간을 ..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에 대하여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45 아는 것만큼 보이는 것에 대하여 “모든 것은 덧없다. 쉼 없이 정진하라.” 붓다께서 열반에 드시면서 남기신 유훈입니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만 돌릴 게 아니라 모른다는 건 어리석음이요 삶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다들 눈으로 세상을 보지만 본 것을 꼭같이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무학대사의 말씀처럼 부처님은 상대방을 다 부처로 보고 돼지는 돼지로 본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나봅니다 3년을 기약하고 매달 세 절을 찾는 108고찰순례단에 참여해서 7월은 변산반도 일원의 세 절을 찾았습니다. 선운사, 개암사, 내소사입니다선운사는 동백꽃으로, 내소사는 국보급 꽃문살로 이미지를 가져옵니다. 그 중에 개암사는 죽염을 굽는 절로 알고 있을 뿐 특별한 관심을 두..

선물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45 선 물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실습을 나옵니다. 이 학교 건축학과에서는 방학을 이용해서 사회에 나올 준비의 일환으로 4학년을 대상으로 현장체험을 하는 것이지요. 수강과목 중의 하나로 한달간 인턴으로 실무에 참여해 현장학습을 통해 학교공부의 마무리를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것입니다. 방학은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경기가 어려운 지금 부모님을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부족한 공부를 보총하기도 합니다. 앞서가는 마인드를 가진 친구들은 실무에 인턴으로 참여해서 공부의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잡기도 합니다. 이번에 우리 사무실에 온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달리 얻어가는 것이 더 있습니다. 근무하는 한 달 동안 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지요. 실습을 시작할 때 우리 직원..

보이차 향에 대한 시비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45 보이차 향에 대한 시비 두 사람이 차판을 두고 마주 앉아서 보이차의 향과 맛에 대한 시비를 가린다면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지금도 크게 나아진 건 없지만 처음 접했을 때 그 맛과 향을 표현하는 글을 접하며 참 부러웠었다. 특히 차향에 대해서는 더 그러했다. 난향, 장향, 밀향 등등으로 표현되는 차향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여러 사람이 앉아 보이차를 마시면서 그 향을 표현하라고 하면 대부분 다 다르게 얘기를 한다. 특히 장향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들 그 정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보이차의 향은 코로 맡을 수 있는 향보다 대부분이 맛과 함께 입 안을 통해 코로 감지되는 느낌이랄 수 있다. 만약 코로 느껴지는 향이 있다면 그것은 그렇게 좋게 평할 수 없는 향일 것이다. 숙..

다우를 기다리며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941 다우를 기다리며 인연이라는 말이 이만큼 귀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학연 혈연 지연이라는 얽힌 연분도 없는 만남, 차 한 잔 나눈 적도 없는데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를 읊조려 본다. 나에게도 이 시구 같은 만남을 가지는 벗이 있을까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찾아가고 그렇게 찾아올 벗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