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405

아주 오랜만에 스승 대접 받은 날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515아주 오랜만에 스승 대접 받은 날  스승의 날이라 해도 교육자가 아니니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긴 교육자인 사람도 요즘은 스승 대접을 받을 분위기가 아니라서 어떨지 모르겠다. 교직에 몸 담은 적은 없었지만 15년 정도 대학 출강을 했었던 때는 스승 대접을 받아보기도 했었다.      스승의 날이 법정 공휴일이 아니지만 학교는 휴무일이라 알고 있다. 제자들이 선물하는 걸 막으려고 그런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다는 점도 있다니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승의 가르침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전하며 ‘스승의 은혜’를 부르는 학생들의 합창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요즘 들어서 알고 있는 교실 분위기에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얼마나 암울한 지 염려하지 ..

표일배, 표일호도 5세대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503표일배, 표일호도 5세대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표일배? 그게 뭔데?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표일배는 차를 우리는 그릇으로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다기라 할 수 있다. 차를 마시고 싶지만 번거로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면 표일배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차를 우려 마시려면 차를 우리는 차주전자와 우린 찻물을 담는 공도배-숙우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다구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차판도 필요하니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커피는 근무지나 집 주변 어디에나 있는 카페에서 카드만 들이밀면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차는 직접 우려 마셔야 하니 귀찮아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니 이해할 법도 하다.      표일배는 차를 마시고 싶..

화엄매, 고불매, 선암매...그리고 우리 차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325 화엄매, 고불매, 선암매... 그리고 우리 차 얼마 만에 나서는 아내와의 여행길인가? 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였었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는 아내의 푸념은 휴일 집돌이인 나를 향한 꾸지람이다. 아내가 눈총을 주면 떠밀리다시피 집을 나서서 가는 곳이라야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통도사이다. 동료 건축사이자 대학 후배인 P에게 차 생활을 전도해서 그와 가끔 찻자리를 가졌다. P는 한 사무실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대학 후배인 데다 건축사라는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따로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P에게 차 생활을 권해 그가 차를 마시게 되면서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P는 사무실을 접고 감리 일을 하게 되면서 부산을 떠나 광주에 현장이 생겨 3년간 머물게 되었다. P는..

봄나들이 나서며 호사가가 되어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321 봄나들이 나서며 호사가가 되어 제가 사는 부산에는 목련이 지고 이제 벚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부풀어 한두 송이 꽃이 피어납니다. 목련도 그렇지만 벚꽃은 일시에 피어나 순식간에 절정을 이루곤 속절 없이 지고 맙니다 벚꽃이 만개하면 꽃잎이 바람을 타고 흩날려 눈이 귀한 부산에 꽃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힙니다. 목련은 피었다 싶더니 어느새 출근 길에 나무 아래 뚝뚝 떨어진 꽃 송이를 봅니다. 꽃 송이가 큰 목련이 떨어져 길바닥에 내동댕이 치듯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애절한 마음이 듭니다. 나무 주변이 떨어진 꽃잎으로 뒤덮혀 있어 피해갈 수 없어 짓밟히니 봄볕보다 환히 피었는 그 꽃인가 싶습니다. 봄은 언제 왔느냐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일어서는 아쉬운 손님같이 곧 떠나..

다우라는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40318 다우라는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공자님 말씀 그대로 멀리서 벗이 찾아와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안산에서 부산, 찾아오신 벗은 연세가 지긋하셔서 여섯 시간이나 운전을 하는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몇 년을 두고 걸음을 하시겠다며 벼루셨는데 이제서 그 바람을 이루신 셈이다.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차 생활을 글로 옮겨 써 왔다. 한 편 두 편 글이 모이다 보니 블로그에 저장되어 있는 게 천여 편이다. 그밖에 이곳저곳에 써서 올린 글을 더하면 1,500여 편은 되지 않나 싶다. 글을 쓰는 내 입장이야 차가 좋아서 쓸 뿐인데 읽는 사람 중에 몇 분은 차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