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풀어 쓰는 건축이야기 33

아파트를 집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거의 다 아파트에 산다. 단독주택은 대부분 오래된 집이고 최근에 지은 집은 마음먹고 지어서 산다. 아파트에서 사는 우리네 주거생활은 얼마나 만족스러운 지 따져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긴 아파트가 좋아서 사는 게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살 수밖에 없으니 따지고 말고 할 게 없기는 하다. 집이라는 정체성은 사는(living) 곳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사는(buy) 것이 되어버린 게 현실이다. 우리 조상님들은 집을 한번 지으면 대를 물려서 살았지만 우리가 사는 아파트라는 집은 부동산으로 전락되어 재산 증식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집을 ‘사는(living) 곳’으로 보고 수십 년을 한 집에서 사는 사람은 가난하고, ‘사는(buy) 것’이라는 걸 일찍 깨친 사람은 집만 몇 번 옮기는 것으로 富..

단독주택 마당에 대한 소고小考

우리나라가 언제부터인지 외식이 일반화되기 시작해서 밥을 해 먹지 않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카페가 얼마나 많은지 사람이 모일만한 곳은 한집 건너 카페가 있다시피 하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파트의 주방과 거실이 주거공간에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방은 냉장고에서 냉동식품을 보관해서 데워 먹는 정도이고 거실이 TV를 보는 공간으로 그 역할이 한정된 지 오래되었다. 아파트가 씻고 잠자는 숙소의 역할로만 쓰고 있는 집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의 일상에서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공중에 떠 있는 집인 아파트에서 발코니는 밖으로 돌출된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주거를 위한 최소한의 외부 영역이다. 발코니가 있으면 실내 공간이 밖으로 ..

집짓기의 계륵, 건축사의 역할과 설계비

월간 건축사 600호 - 2019.4월호 건축담론 게재 집짓기의 계륵, 건축사의 역할과 설계비 김 정 관 집을 짓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 번 할 수 없는 일대사一大事라고 한다. 집짓기가 얼마나 힘든 일이면 집 세 채 짓고 저승 가면 무조건 천당행이라고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내 집을 지어본 사람이면 두 번 다시 이 일을 하면 성姓을 간다고 할 정도로 문제와 다툼 없이 짓기는 어렵다. 건축주가 다툼 가운데 있게 되는 건 돈을 적게 들여 원하는 집을 지으려 하거나 일을 독단적으로 진행할 때 일어나게 된다. 시공자는 정해진 공사비에서 원가를 줄여 이윤을 확보하려고 애쓸 테지만 이윤을 뺀 실행 공사비가 부족해서 공사에 소홀하다 보면 문제가 된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뜻을 같이 해야 하는데 적정하지 못한 공사비는..

부산의 근대건축물-구 백제병원을 돌아보고

무설자의 에세이 집 이야기 1903 부산의 근대건축물-구 백제병원을 돌아보고 부산에서 건축하는 사람이라면 부산의 과거를 얘기해 줄 수 있는 근대건축물을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부산은 일제가 만든 도시라서 지금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은 다 일제시대에 지어졌다. 부산의 도시 역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근대건축물이 화재로 없어지기도 했지만 일제의 잔재라는 인식으로 너무 쉽게 헐려 버렸다. 지금 남아있었다면 볼만했을 구 부산세관은 도로를 확장하면서 헐어 버렸고 구 부산시청도 롯데타워를 짓느라 없어지고 말았다. 뒤늦게 근대건축물을 보전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사회화되면서 있는 건축물이라도 지키는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도시의 역사는 건축물을 통해 읽을 수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지켜내야 할 건축물은..

집이냐 짐이냐-건축물의 외장재 선택은 디자인보다 유지관리가 우선 되어야 한다

집이냐 짐이냐? -건축물의 외장재 선택은 디자인보다 유지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내가 경영하는 카페인 ‘에피소드인커피’ 정원에는 두 평도 채 되지 않는 목재 데크가 깔려 있다. 카페 실내공간과 정원을 완충하는 매개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카페를 오픈했을 때는 옥외 테이블을 놓고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자리였다. 흡연석이 금지된 지금은 테이블을 둘 수 없어 의자만 있지만 세상에서 둘도 없는 분위기의 흡연 공간으로 쓰고 있다. 데크의 소재는 목재인데 방부목이라지만 썩지 않는 건 아니다. 방부처리를 했기에 방부목이라는 이름을 썼겠지만 소재가 천연목재인지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목재를 건축물의 외부에 구조재나 치장재로 쓰기 위해서는 다른 재료보다 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목재는 내구성에서 비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