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80

우리에게 온 복동이, 지형이의 첫 돌을 축하하며

우리에게 온 복동이, 지형이의 첫 돌을 축하하며 지형아, 네가 엄마 태중에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단다. 엄마는 네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며 네 태명을 찹쌀이라고 지었다고 하네? 엄마 뱃속에 찰싹 붙어서 꼼짝 말고 잘 있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었겠지. 우리 찹쌀이가 엄마 뱃속에서 편안하게 잘 자라도록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단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따로 바랄 게 없이 건강하길 빌었지. 찹쌀이라는 네 태명처럼 너는 엄마 뱃속에서 잘 자라주어서 고마웠단다. 2020년 유월 십일, 그러니까 딱 한 해 전 오늘 네가 드디어 우리 곁으로 왔단다. 엄마는 네가 더 건강하게 태어나도록 하루 내내 힘든 산통을 견뎌냈었단다. 그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너를..

오늘은 부녀 건축사가 되는 날

오늘은 부녀 건축사가 되는 날 26569, 건축사자격시험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딸이 수험번호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아빠가 합격여부를 물어보지 말고 직접 확인하시라는 거다. 딸은 시험에 두 번을 떨어졌다보니 혹시 불합격이 되면 대답하기가 민망해서 그러는 것이리라. 아침에 일어나자말자 스마트폰으로 2021년 건축사자격시험 결과를 검색했다. 뉴스 란에 6,591명이 응시해서 6.5%인 430명이 합격했다는 기사가 나와 있다. 작년에는 전반기 시험에서 무려 1,306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합격자 수를 많이 줄였나 보다. 합격자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검색창의 스크롤을 내려 보니 건축사학원에서 합격자 수험번호를 올려놓았다. 이번 합격자는 수험생 대비 6.5%의 합격률이다 보니 번호가 백단위로 띄엄띄엄 보여 ..

밥그릇 찬가-진인 조은산

밥그릇 찬가 진인 조은산 총각 시절에 나는, ​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한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 그렇게 내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잔잔한 수면이 넘치지도 않고 말라 없어지지도 않게 꼭 끌어안고 있었는데 ​ 결혼을 하니 ​ 이런 젠장 이게 뭔가 누가 내 밥그릇에 돌을 던지네 ​ 잔잔하게 나를 비추던 맑은 거울이 깨어지고 일렁이는 물결은 이제 네 놈의 밥그릇이 너 자신만을 비출 수는 없다고 말해주었네 ​ 어쩌겠는가 잘 살아봐야 하겠지 물과 기름이 섞일 수는 없지만 함께 할 수는 있잖는가 냉면 위 육수에 참기름을 올리면 더 맛있기도 하니까 말이야 ​ 그래 그렇게 살다가 첫째놈이 생기다 만 얼굴로 튀어나왔는데 ​ 아 이 놈이 내 밥그릇을 냅다 발로 차버리네 작고 가벼운 내 깡통같은 밥그릇이 땡..

또 한 정치인의 죽음을 마주하고-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빌며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인公人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목숨을 버리게 되면서 왜 그런 안타까운 선택을 해야 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분이 평생을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수많은 일들이 그가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진 부끄러운 일로 덮여질 수 있을까?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나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이 그렇고 한 사람의 잘못을 누가 단죄할 수 있느냐는 '죄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의 말씀이 그러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일이 아니면 아무런 가책없이 함부로 던지는 말에 누군가의 목숨이 좌우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겠다. 모난 ..

'짓는다'는 것에 대하여-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부산일보/책이 있는 풍경

‘짓는다’는 것에 대하여 김 정 관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주 집 도모노리가 함께 씀/황선종 옮김 무엇을 ‘만든다’가 아니라 ‘짓는다’라고 쓰는 게 있다. 의식주에 관련된 건 다 ‘짓는다’라고 쓰는데 옷과 밥, 집이 그렇다. 지어내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