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와 좋은 시

도시인 -1

무설자 2005. 8. 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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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인
            

오랫적에
神께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에게 도시를 맡기노라
너희 사람의 터는
스스로 가꾸도록 하라

거울앞에 선다
자신이 없을 때는 설 수 없는 자리
앞만 보는 삶
뒤질 수 없어 걷는 잰 걸음
돌아보지 못하는
도시인의 삶
내가 외면한 뒷모습은
타인이 본다

키 작은 이는
거울을 외면한다
내가 보는 내모습이 싫어
그는 누구인가
위로만 솟는 도시
바벨탑을 꿈꾸는가
그 그늘에 숨어사는
키 작은 도시인
매일 키만 키우는
빌딩의 아랫도리가 슬프다

하늘이 없는
도시의 풍경
하늘을 빼앗긴 도시인은
神도 잊었다
나무도 꽃도 없는 이 도시는
神께 버림받나니
건축가는 고개를 떨군다

25층 아파트에서는 꽃이 시들어가는데
도시언저리 판자집 마당
나뭇가지마다 봄이 피었다
도시의 봄은
높은 곳이 아닌
땅 가까운 곳에서 온다

다시
神이 묻는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너희가 사는 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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