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보이차가 보약 만큼 좋을 수 있는 건 이 성분 때문

무설자 2025. 5.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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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에는 항산화 성분이라고 하는 폴리페놀이 차 중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 보이차의 원료로 쓰는 윈난성 대엽종 찻잎은 쓰고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 성분이 녹차를 만드는 소엽종에 비해 두 배나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폴리페놀 성분은 쓰고 떫은맛이라서 보이차는 만들어진 그 해에는 바로 마시지 못하고 수십 년을 묵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월진월향越盡越香,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향미가 더 좋아진다는 차가 보이차라는 뜻이다. 얼마나 묵혀야 좋은 맛이 될까? 그리고 정말 차가 만들어진 그 해에는 마시는 게 아닐까? 

 

차나무를 빼곡하게 심어서 관목 형태로 관리하는 '대지차'는 최소 20년은 지나야 쓰고 떫은맛이 적은 차를 마실 수 있다. 찻잎의 폴리페놀 성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그 세월을 기다리지 않고 급속 발효 과정을 거쳐 떫은맛을 줄여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보이차가 숙차이다. 만약 생차를 세월에 맡겨 숙차 같은 탕색을 내려면 족히 3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지차에 한정된 얘기이고 고수차는 예외이다.

   

보이차 성분의 뼈대라고 할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카테킨     

 

보이차는 오래 묵혀야 마실 수 있는 차라기보다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는 차라고 하는 게 후발효 차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 보이차는 묵힐수록 차의 가치를 더 평가하는데 그 비밀 아닌 비밀이 바로 폴리페놀-카테킨이라는 성분에 있다. 쓰고 떫은맛인 폴리페놀 성분 때문에 바로 마시지 못하지만 장기 보관이 가능한 조건이 된다니 그야말로 계륵이 아닐 수 없다.     

 

폴리페놀-카테킨은 항산화와 면역 기능 증진, 콜레스테롤 감소 작용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다이어트 및 체지방 감소에도 효과가 있어 감비차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보이차는 묵히거나 급속 발효 과정을 거쳐 마시지만 찻잎을 가루 상태로 물에 타서 마시는 말차는 차나무 재배 과정에서 폴리페놀 성분 생성을 억제한다. 폴리페놀 성분은 햇볕을 받는 만큼 생성되기 때문에 말차를 만드는 차나무는 차광막을 씌워 재배한다.     

 

녹차, 홍차, 생차, 숙차의 탕색이 다르게 나오는 건 폴리페놀 성분의 변화이다. 녹차와 생차는 연두색, 홍차와 숙차는 진노랑색에서 검붉은 색이다

 

홍차는 산화 공정, 숙차는 발효 공정을 통해 폴리페놀 성분을 줄여서 만든다. 폴리페놀 성분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유익하지만 차를 즐기는데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폴리페놀 성분은 산화나 발효 과정을 거치면 다른 성분으로 변화해서 다양한 향미를 가지게 된다. 폴리페놀 성분 그 자체로는 떫고 쓴맛이지만 산화나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성분 변화가 일어나면서 다양한 향미를 만들어내니 차의 핵심 성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쓴맛이 다하면 단맛이 온다는 의미를 차를 마시면서 느낄 수 있으니 폴리페놀-카테킨의 역할은 참 오묘하다. 폴리페놀-카테킨은 차맛의 수렴성에도 깊이 관여해서 차를 마실 때 침샘을 자극해서 풍부한 향미를 만들어준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차맛을 좀 알게 되었구나 하는 마니아가 되었다는 건 바로 떫은맛을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일지도 모른다.     

 

카페인 효과 때문에 마시는 커피, 하지만 차 카페인은 다르다 

    

차의 3대 성분은 폴리페놀-카테킨, 카페인, 아미노산-테아닌이다. 이 성분 중에 카페인은 커피에도 들어 있는데 정신을 맑게 하는 각성 작용에 관여한다. 커피도 그렇지만 차는 약으로 쓰이다가 기호음료로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약성이 많은 카페인이 인체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체질에 따라 섭취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될 정도이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심장·혈관·신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뇨제로도 작용하므로 함부로 마실 수 없는 사람도 적지 않다.     

 

카페인의 효과적인 자극성은 약물과용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없애주는 해독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카페인의 긍정적인 효과로는 피로감이 줄어들고, 감각기능과 민첩성이 증가된다고 한다. 또 카페인은 자극과민성, 신경질이나 불안 증세와 불면증을 불러올 수 있어서 많이 마실 수 없는 체질도 있다. 차 카페인은 커피 카페인은 짧은 시간에 각성 작용을 주는 반면에 차 카페인은 아미노산-테아닌과 결합되어 완만하게 지속적으로 각성 효과를 준다고 한다.     

 

보이차 숙차와 우려낸 차의 탕색, 숙차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육대차류 중에 가장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숙차는 밤늦은 시간에 마셔도 수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커피 한잔에는 평균 100㎎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한다. 차에는 카페인이 차 종류와 진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40㎎ 정도가 들어 있다. 녹차보다 홍차, 생차보다 숙차에 카페인이 더 많지만 숙차는 카페인이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서 밤 시간에 마셔도 괜찮다. 숙차 카페인이 왜 몸에 영향을 덜 미치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데 밤에 마실 수 있는 차로 좋다.      

 

카페인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폴리페놀-카테킨이나 아미노산-테아닌에 비해 직접적이라 볼 수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이라면 차를 마시는 때와 양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숙차 위주로 차 생활을 하면 좋겠다. 또 보이차는 양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는데 용량이 적은 차호와 잔을 써서 차 생활을 하는 게 좋다. 차를 많이 마시면 이뇨작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데 특히 염분이 빠져나가는 걸 염두에 두어 소금을 보충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아미노산-테아닌은 차의 감칠맛, 보이차는 밀향蜜香    

 

차의 성분 중에 폴리페놀-카테킨은 쓰고 떫은맛, 카페인은 쓴맛을 낸다. 카테킨의 떫은맛은 단침이 나오게 하고, 카페인의 쓴맛은 회감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차를 마실 때 선호하는 맛은 감칠맛-밀향인데 어떤 성분일까? 테아닌 성분은 아미노산의 일종인데 차와 버섯에만 있다고 한다.    

 

테아닌은 마음이 동요되는 걸 억제해서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차 카페인이 커피 카페인과 다르게 우리 몸에 완만하게 작용하는 것도 테아닌 때문이다. 테아닌은 향미에서도 감칠맛, 밀향으로 좋은 차를 고르는 기준이 된다. 테아닌 성분은 어린 찻잎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첫물차의 향미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수차는 대엽종으로 만들어지는데 쓰고 떫은맛이 적고 감칠맛이 풍부하다, 특히 첫물차는 아미노산-테아닌 성분이 많아서 만든 그 해에 마셔도 감칠맛이 도는 향미가 좋다.

     

테아닌은 카테킨, 카페인과 결합해서 차의 향미에 관여하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차 테아닌은 카페인의 각성 작용을 완화해서 안정적으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준다. 또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카테킨도 테아닌의 신경보호 효과를 보완해준다고 한다. 이렇게 테아닌은 스트레스 완화, 집중력 향상, 수면의 질 향상, 불안감 감소 등 건강 유지에 좋은 효과가 있다. 

    

찻잎과 버섯 일부에만 있는 테아닌은 감칠맛을 낼 뿐 아니라 카페인의 활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차나무를 재배하면서 햇빛을 덜 받을수록 아미노산이 카테킨으로 변화되지 않고 그대로 잎에 남아 있게 되므로 감칠맛이 뛰어나고 떫은맛이 줄어든다. 이처럼 테아닌은 카페인과 카테킨과 결합되어 차의 향미를 높이고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유익하게 한다. 첫물차가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가 아미노산 성분 테아닌이 두물차나 세물차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차가 처음에는 약용으로 썼다고 하는데 그건 건강에 유용한 성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차의 성분에서 카테킨은 항산화 작용과 면역 기능 증진,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 등에 관여하고, 카페인은 피로감을 줄여주고 집중력을 높여준다. 또 테아닌은 카테킨과 카페인의 작용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한다. 차는 약이 아니라 기호음료지만 꾸준하게 마시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 세 가지 성분을 살펴보면서 알게 되었다.

     

차 생활을 두고 다선일미茶禪一味라고 하는 것처럼 차를 마시게 되면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건강 유지에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차도 과유불급을 피해갈 수 없다. 차를 너무 과하게 마셔서 병을 얻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 차 생활이 주는 안정감, 사람과의 교유를 위한 매개체, 오랜 차 문화를 공부하며 얻게 되는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데 관심을 두면 좋겠다.

 

 

무 설 자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26

원문 읽기 :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