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20906
임창 차구에서 빙도 아니면 석귀, 첫물차로 마시다
지금은 보이차 시장을 고수차가 대세가 되고 있다. 생차는 쓰고 떫어서 묵혀야 마실 수 있다는 얘기가 빈말이 되어 버렸다. 생차가 쓰고 떫다는 말 자체는 빈말이 아니다. 7542로 대표되는 지난 날의 생차는 분명히 20년 정도 묵히지 않으면 마시기가 어려웠으니까.
2006년부터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했을 땐 시중에 판매되는 생차는 녹차 같은 탕색이었지만 그냥 마시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도 숙차로 보이차를 시작했고 거의 십년은 거의 생차를 마시지 않았다. 2009년에 고수차를 접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숙차를 마시며 생차는 입에 대지도 않았었다.
그러다가 2015년 경부터 고수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하루 첫차로 朝飯조반 전에 연하게 숙차를 마시고 그 다음에는 거의 생차를 마시고 있다. 생차는 쓰고 떫다면서 고수차지만 생차인데 어떻게 하루종일 마시게 된 것일까? 결론은 생차라고 하지만 고수차는 쓰고 떫은맛보다 달고 시원한 맛이 녹차와 다른 풍미가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키 큰 교목차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수많은 차 산지가 알려지고 있다. 2015년 경 이전에는 보이차 시장에 맹해차창의 대익을 필두로 해서 해만차창의 노동지 등 차창 브랜드로 보이차를 구분했다. 그러다가 고수차로 보이차 시장의 흐름이 바뀌면서 이제는 차산지로 차를 구분하고 있다.
고수차 시대의 서막을 열어준 차 산지는 노반장이었지만 지금은 빙도가 차 산지의 頂上정상에 있다. 그러다보니 고수차의 반이 노반장이 아니면 빙도라고 할 정도로 나돌고 있다. 고수차라고 하면 차나무 수령이 최소 100년은 넘어야 하는데 그렇게 많은 노반장 차와 빙도 차가 나올 수 있을까?
고수차의 수요가 늘면서 보이차 생차 포장지에는 대부분 '고수차', '고수차 조춘차'로 표기되어 차가 나오고 있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차 산지는 명전차라고 하더라도 싼 가격으로 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익히 알려진 차 산지 차가 숙차 값과 다름없이 거래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생차를 마시면서 쓰고 떫은맛이 덜하면서 달고 시원한 맛을 낸다면 대지차가 아닌 키 근 교목차라고 보면 되겠다. 대지차는 운남의 강한 햇볕을 많이 받으면서 폴리페놀이 많이 생성되지만 키 큰 교목차는 적당히 그늘이 지면서 아미노산이 많은 차가 된다. 폴리페놀과 아미노산은 차의 향미를 결정하는 차의 성분인데 생차를 익히지 않고도 바로 마실 수 있으려면 차나무의 생태환경이 반 그늘이 되어야 한다.
고수차는 수령이 백 년 이상인 차나무
운남성은 차나무의 고향이라고 한다. 야생차가 아닌 인간의 손을 거쳐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재배차가 2000 년이 넘은 수령인 나무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심산유곡이어서 문화혁명기의 벌채를 피할 수 있었던 古茶樹고차수가 바로 고수차로 보이차의 새 시대를 열게 했다.
처음에는 고수차라고 하면 수령이 300 년으로 보다가 수요가 늘면서 100 년으로 하향조정되었다. 이 마저도 수요에 공급이 따르지 못해 100 년 이하 차도 대지차가 아니니 고수차로 유통되는 실정인 것 같다. 그러니 수령은 차체하고 산지라도 제대로 맞는 차를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남쪽 맹해 차구는 노반장과 포랑산, 남나산 차가 많이 보이고 이무 차구는 이무정산, 괄풍채, 낙수동, 마흑채 등이 주요 차산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쪽의 임창 차구는 빙도가 단연 최정상의 자리에 있고 석귀가 호랑이 뒤에 늑대처럼 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이 밖에 대설산, 소호새, 대호새 등 많은 차산들이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차산 이름을 내세우는 고수차는 산지마다 향미의 특성이 뚜렷하므로 꼭 노반장, 빙도 등 유명 차 산지가 아니라고 해도 내 취향에 맞는 산지 차를 찾으면 좋겠다. 유명 차 산지의 차를 고집하다보면 이름만 빙도나 노반장을 구입하게 되니 한 편에 백만 원 이상 지불할 용의가 없으면 덜 유명한 차 산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옳다.

빙도 다음이 아니라 석귀라는 차부심
석귀 차산은 운남성 임창시 방동향 방동 행정촌에 위치한 마을로 해발 750m, 연평균 기온 21°C, 연간 강우량 1200mm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석귀 차는 주로 중산간 지역에 분포하고 산림에 혼합되는 석귀의 고차수림의 차밭에서 생산된다. 란창강 유역에 위치한 석귀촌은 일 년 내내 구름과 안개로 둘러싸여 있으며 구름 속의 수증기는 차나무에 수분을 공급하고, 태양은 구름과 안개 사이로 비쳐서 차나무가 좋아하는 확산광을 형성한다. 이런 생태환경은 석귀의 고급 차 품질, 차의 농도, 맛을 만들어 내는데 농후한 맛과 난향, 밀향이 공존하여 입안에서 향이 오래 지속된다.

석귀차는 빙도차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고유한 향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름에 치우치지 않고 즐기게 된다. 암차의 로키 한 매력과 그 맛에 은은한 난향이 있고 동시에 진하고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으며 회감이 좋아 단침이 바로 나오고 단맛이 오래 지속된다. 빙도차가 쓴맛과 단맛이 조화롭고 화려한 향미라면 석귀차는 쓴맛이 진해서 회감이 주는 잔향이 여운을 즐길 수 있다.








생차의 매력은 그 산지가 가지는 독특한 향미를 즐기는 데 있다고 하겠다. 고수차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산지가 해마다 이름을 드러내고 있는데 석귀는 빙도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임창차의 대표 주자로 일찌감치 그 존재를 알렸다고 할 수 있다. 이무를 중심으로 보이차의 고 육대차산으로 이무, 의방, 혁등, 망지, 만전, 유락이 있고 신 육대차산으로는 맹해 차구의 포랑, 남나, 하개(남교), 맹송, 파사, 파달을 꼽는다.
이전에는 고 육대차산으로만 차 산지를 이해했지만 그 뒤로 노반장이 이름을 날리면서 포랑산의 차 산지가 생차의 대표 주자로 마니아를 형성했다. 상대적으로 임창 차구의 산지는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빙도가 대중족인 수요층을 형성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석귀, 대설산, 빙도5채, 소호새, 대호새 등이 존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석귀차도 인기가 급상승하여 이름만 석귀인 차가 시중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다. 대평보이에서 공급한 석귀 첫물차는 교과서적인 석귀차의 향미를 그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암차의 로키한 매력과 은은한 난향이 있고 동시에 진한 밀향이 주는 풍부하고 부드러운 탕감에 기분 좋은 쓴맛 뒤에 회감이 좋아 단침이 바로 나와 석귀차만의 여운이 오래 지속된다.
맹해 차구에서 노반장은 언감생심이라 남나산이나 포랑산 차로 산지의 특징을 즐겨야 한다면 임창 차구에서는 빙도는 넘사벽이라 석귀나 대설산 차로 생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그렇지만 첫물차로 석귀차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건 약간의 茶歷차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으니 인연이 닿아서 맛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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