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봄에는 녹차지요-2022년 안길백차 황금아 시음기

무설자 2022. 5. 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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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20502

봄에는 녹차지요 - 2022년 안길백차 황금아 시음기

 

 

인연을 맺은 지 십오 년이 된 다우분이 봄차가 나왔으니 함께 마시자며 찾아왔다. 다우는 중국 절강대에서 차나무 育種육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다. 나처럼 차를 마시는 사람은 손에 들어오는 차를 마시지만 다우는 차 교육을 하는 선생님이라 차를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

 

전문가가 찻자리를 하자고 하니 어떤 차를 마실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다우가 가지고 온 차는 햇차로 안길백차 명전과 용정차 명전에다 특별한 녹차로 안길백차의 최고급인 皇金芽황금아를 챙겨 왔다. 안길백차는 육대차류 중 백차가 아니라 녹차인데 흰색 잎으로 만들어서 白茶라고 부른다.

 

명전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황금아라니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귀한 차를 마시게 되었다. 귀한 차는 유통할 양이 많지 않아서 전문가가 아니면 시중에서 구입하기도 쉽지 않으니 그야말로 인연이 닿아야 마실 수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와 약속한 시간이 어서 오기를 기다렸다.    

 

 

봄은 햇차의 계절     

 

차 마시는 사람들은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절기로 곡우 전에 첫 차가 나오기 때문에 봄비와 기온을 보면서 올해 차의 香味향미가 어떨지 가늠해 본다. 봄 기온과 비가 차 싹이 나오는 시기와 차의 향미를 좌우하게 된다.

 

지난겨울이 너무 추워서 냉해를 입거나 잎이 올라올 시기에 기온이 떨어지면 그 해 차는 흉작이 된다. 곡우를 앞두고 비가 오지 않아도 찻잎이 잘 올라오지 않으며 차나무의 대사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차의 향미가 떨어지게 된다. 올해는 지난겨울에 凍害동해를 입지 않았고 봄비도 적당하게 내려서 올봄에는 맛난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녹차와 보이차는 생엽의 산화를 최소화하는 제다 과정으로 차를 만들게 된다. 청차, 홍차와 흑차는 제다 과정에서 산화와 발효가 이루어지므로 생엽의 상태가 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녹차와 보이차 모차는 그 해 봄의 기후가 작황을 좌우하게 된다.    

 

 

명전차와 우전차

 

중국차는 명전, 우리 차는 우전이 그 해 봄에 나오는 첫물차가 된다. 一芽二葉일아이엽이라고 표현하는 하나의 싹과 두 개의 잎으로 만드는 차를 이른다. 청명 전에 만드는 명전은 일아일엽으로 만드는데 우리나라 찻잎은 너무 여려서 채엽이 어려우므로 우전이 첫물차가 된다.

 

봄에 나오는 첫 잎에는 달고 시원한 향미를 내는 아미노산 성분이 많으므로 첫물차를 제일로 치게 된다. 곡우가 지나서 만드는 두물차는 세작이라고 하는데 첫물차에 비해 차향은 덜하지만 맛이 더 진하다. 녹차는 입하 전까지만 만드는데 그 이후는 찻잎이 세져서 차로 마시지 않는다.

 

安吉白茶안길백차는 녹차인데 청명 무렵 기온이 23도이하에서만 芽葉아엽이 하얀색으로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찻잎의 녹색으로 변해 일반 녹차가 되고 말아서 채엽 시기를 놓치면 만들 수가 없는 차이다. 그 안길백차 중에 최고품종이 황금아인데 아미노산 함량이 일반 녹차에 비해 5배가 많다고 한다.     

 

 

안길백차 皇金芽

 

‘황금아’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黃이 아니라 皇이라니 녹차 중의 황제라는 얘기라 얼마나 대단하면 ‘黃金 芽’가 아니라 ‘皇 金芽’라고 지었을까? 궁금하면 마셔봐야 긍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우와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다우는 용정 명전차를 먼저 마시면 안길백차의 은근한 향미를 제대로 음미하기 어려우므로 안길백차로 시작하자고 했다. 차를 우리는 솜씨로 보면 전문가인 다우가 팽주를 해야겠지만 사무실의 주인인 내가 차를 우렸다.

 

찻물이 끓자 다우는 안길백차를 우리는 팁을 알려주었다. 안길백차는 차의 특징인 함량이 높은 아미노산을 효과적으로 음미하기 위해서 물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전차인 경우 찻물을 한소꿈 식혀서 식혀 내는 게 일반적인데 이 차는 50도까지 내려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의 팁은 끓은 탕수를 높이 들어서 숙우에다 거품이 나도록 부어서 쓰라는 것이다. 그렇게 탕수를 부으면 산소가 들어가서 더 맛있게 차가 우려 진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의심할 필요 없이 전문가가 시키는 대로 차를 우렸다.

 

차의 성분 중에 폴리페놀이나 카페인은 뜨거운 물에 용출되고 아미노산은 물 온도와 상관없이 빠져나오니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폴리페놀과 카페인은 쓰고 떫은맛, 아미노산은 달고 시원한 맛이다. 안길백차의 풍부한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음미할 수 있게 차 우리는 요령을 배우면서 ‘황금아’라는 귀한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면서 늘 만족하려면 다른 차와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녹차를 마시면서 홍차나 청차보다 덜 향기롭다 한다든지, 보이차보다 두터운 맛이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세작을 마시면서 은근한 향미가 덜하다고 하면 우전을 사서 마시면 될 일이다.

 

다우가 아니었으면 ‘황금아’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우와는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데 이 귀한 차를 한 봉지나 선물 받으니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하게 다가온다. 올봄은 ‘황금아’를 마시면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는 계절로 마음에 새긴다.

 

참 좋은 봄날이 간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