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대평보이 범두호로 빙도차의 진향진미를 음미하며

무설자 2022. 11. 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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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21102

대평보이 범두호로 빙도차의 진향진미를 음미하며

 

 

氷島빙도,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일반인은 어디에 있는 섬이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보이차의 황제, 보이차의 지존이라 불러야 마땅한 차가 빙도차라고 할 수 있다. 보이차의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맹해 차구의 노반장과 임창 차구의 빙도의 2022년 모차 가격을 검색해 보았다. 고수 첫물차 모차의 가격이 1kg에 노반장은 11,000~12,000 위안인데 빙도는 56,000~70,000 위안이라고 한다.


빙도차는 다른 산지에 비해 독주하다시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고 있다. 수령 50년 이하의 중소수차도 3,500~4,000 위안으로 거래가 되니 다른 산지와는 확연하게 차별이 되고 있다. 빙도라고 부르는 차는  빙도노채와 함께 네 곳 산지가 추가된다. 지계, 남박, 파왜, 나오 촌이 빙도노채 인근에 있어 빙도 5채로 빙도차라는 이름을 써서 나오고 있다. 지계와 남박의 모차 고시 가격이 kg당 6,000 위안, 파왜와 나오가 2,500 위안 정도 책정되었다. *대평님은 댓글에서 파왜의 산지 가격이 노채 다음으로 13,000 위안이라고 합니다. 정보검색으로 확인한 내용과 상이함을 참조바랍니다. 


고수차는 수령이 백 년 이상된 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든다. 가격이 공시되는 모차는 봄차로 처음 나오는 잎으로 만드는 첫물차이다. 운남 차산의 새로운 산지가 해마다 소개되는데 모차 가격이 싼 곳은 150 위안도 있으니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이름이 잘 알려진 이무 차산이나 맹해 차구의 산지도 3,000 위안이니 빙도노채의 가격은 그야말로 넘사벽이라 할 수밖에 없다.

빙도노채는 감히 맛보기가 어려우니
빙도5채 중의 네 곳 산지 차로 마셔보는 게 현명한 일이지 않을까?


빙도차라고 할지라도 빙도노채는 감히 맛보기가 어려우니 빙도5채 중의 네 곳 산지 차로 마셔보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만나게 된 차는 빙도차라는 이름으로 포장지에 싸져 있지만 이 차의 산지는 빙도5채 중 파왜라고 한다. 빙도노채의 감미로운 향미에는 미치지 못해도 이만하면 빙도차라는 이름에 부족하지 않게 마셔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마시게 된 빙도 차구의 파왜차는 대평보이에서 범두호라고 소개하고 출시하였다. 포장지에는 빙도라고 표기되어 있고 파왜라고 별도로 적지 않았다. 빙도 노채는 포장지에 꼭 '빙도노채'라고 명시하게 되니 빙도라고만 명시된 차는 노채가 아닌 빙도 차구의 나머지 네 곳이라고 알면 되겠다.


임인년이라 호랑이의 기운을 담아 기세 등등한 호랑이가 포장지를 꽉 채우고 있다. 포장지에는 따로 써넣지 않았지만 대평보이 판매 글에는 범두호라고 한다. 포장지가 멋진데 향미는 어떨까?


포장지를 여니 석모 긴압인듯 적당하게 눌러 가지런한 찻잎이 눈에 들어온다. 긴압차가 너무 단단하게 눌러져 있으면 차칼로 뜯어내기 어려워 온전한 잎으로 우려낼 수 없다. 긴압차는 장기 보관이 목적이 아니라 쇄청모차의 특성상 형태를 갖춰 뭉쳐야 하기 때문이다.


긴압이 단단할수록 장기보관을 통해 맛이 깊어진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보이차도 지금 마시기 위한 차라고 보아야지 오래 보관해서 후발효를 통해 깊어지는 향미를 음미하는 차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후발효는 덤이고 언제든지 마셔도 좋아야 하니 긴압은 차칼을 대면 풀어지듯이 뜯어져야 좋을 것이다.


80CC 개완에 5g을 넣어서 한소꿈 식힌 탕수를 부으니 차향이 바로 코를 간지럽힌다. 차향만 맡아도 입에 침이 돈다. 차를 입안에 머금으니 첨미가 바로 다가오고 삽쓰레한 맛이 돌면서 바로 단침으로 입에 가득해진다. 목 넘김도 큰 자극 없이 찻물이 넘어가면서 몸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시원해진다.


차의 향미가 담백하게 다가오니 봄차의 농밀함과 가을차의 상쾌함을 다 가진 차로 느껴진다. 흔히 봄차는 맛이 깊고 가을차는 향이 좋다고 하는데 범두호는 맛과 향이 잘 어우러져 다가온다. 빙도노채는 언감생심이니 범두호로 빙도차의 깊고 진한 향미를 맛볼 수 있다고 보면 되겠다.


포장지를 벗겨 보는 병면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엽저를 살펴보니 어리디 어린잎이 첫물차가 아닌가 싶다. 올해 만든 고수차의 향미를 바로 맛볼 수 있는 건 대평보이와의 귀한 인연이 닿은 덕분이다. 고수차라는 이름으로 한 편에 십만 원 이하로도 구입할 수 있다 보니 범두호는 다소 부담이 갈 수 있을 것이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빙도나 노반장은 누구나 마시고 싶은 차이다. 그렇지만 빙도 차구의 봄차로 범두호라는 이름으로 차를 만들어 출시하는 건 대평보이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적은 차인구로는 이 가격대의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빙도나 노반장은 이름만 들어볼 수밖에 없는데 시중에는 널리고 널렸다고 할 만큼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빙두, 너반장이라 우스개 말로 넘기지만 오리지널은 인연이 닿아야 마실 수 있다고 할 정도이다. 빙도노채는 아니지만 빙도 차구의 차로 범두호를 마시면서 이 향미에 조금 더 상상을 더하면 빙도노채가 된다고 여기면 어떨까? 범두호,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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